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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3370만명 정보유출은 ‘예고편’... 통신망 뚫리면 ‘국가 마비’ 현실화 - ‘소버린 AI’ 주권 지킬 골든타임... 관료·비전문가 낙하산은 ‘필패’
박인복 전 청와대 춘추관장
한 원로 IT 전문가의 경고다.
최근 쿠팡의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와 정부의 ‘소버린 AI’ 육성 전략은 하나의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국가 기간통신망을 책임지는 KT의 역할론이다. KT 이사회가 오는 9일 후보자 7명의 비대면 면접을 앞두고 있다. 후보자를 검증할 KT 이사회의 어깨 위에는 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넘어 ‘대한민국 디지털 주권’의 향방이 걸려 있다.
KT CEO 인선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정치적 셈법’과 ‘과거의 관행’이다.
7인 숏리스트에 오른 주형철 후보(前 대통령실 경제비서관)나 김태호 후보(前 서울교통고사 사장) 등은 화려한 관료·공공 경력을 자랑하지만, 정작 0과 1로 이루어진 치열한 ‘디지털 전장’을 지휘해 본 경험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주형철 후보는 과거 SK컴즈 시절 3,500만 명 정보 유출이라는 사상 최악의 보안 실패를 겪은 바 있다. 보안이 곧 국가 안보가 된 2025년에, ‘보안 패장’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기는 것은 국가적 리스크라는 지적이다. 내부 출신인 이현석 후보(現 KT 부사장) 역시 지난해 해킹 사태 당시 보여준 국정감사에서 논란으로 인해, 위기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부 기득권을 지키려는 ‘회전문 인사’ 관행 역시 KT의 디지털 혁신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로 꼽힌다. 박윤영 후보(前 KT 기업부문 사장)는 과거 공공입찰 담합 사건으로 회사에 57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한 책임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해 4월까지 KT 협력사인 진인프라 부회장을 역임하고 다시 CEO에 도전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제기된 이해상충 및 도덕성 논란에 대해, 이사회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소명을 요구하고 철저히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들은 AI와 보안 기술 확보를 위해 전 세계를 뒤져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는데, KT는 과거에 실패했거나 윤리적 흠결이 있는 인물들이 ‘연고’를 앞세워 자리를 탐하면 안된다. ‘고인물 구조’가 깨지지 않는 한 KT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요원하다.
결국 국익을 지킬 KT의 리더십은 글로벌을 겸비한 기술 전문성에서 나와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AI G3’ 도약과 ‘소버린 AI’ 구축은 정치적 구호가 아닌 고도의 엔지니어링 기술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서 홍원표 후보(前 SK쉴더스 부회장)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KT 재직 시절 한국형 무선 인터넷 기술인 ‘와이브로’를 세계 표준으로 만들어 기술 식민지화를 막아낸 경험이 있다. 또한 삼성전자와 SK쉴더스를 거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경영 능력과 융합 보안 전문성을 갖췄다.
KT 이사회는 오는 9일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를 압축한다. 이번 결정은 향후 3년이 아닌, 대한민국 ICT 산업의 미래 1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사회가 정치적 외풍이나 내부 카르텔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오직 ‘실력’과 ‘도덕성’이라는 잣대로 옥석을 가려낸다면, KT는 ‘디지털 방파제’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과거의 인연에 얽매여 ‘부적격자’를 선택한다면, 그로 인한 디지털 재난의 책임은 오롯이 이사회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