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소아소화기영양과 외래에서 만나는 환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만성 복통이다.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장기간 혹은 반복적으로 복통을 겪으며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때로는 큰 병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 속에 지내는 경우가 많다.

4세부터 16세 사이의 소아에서 만성 복통은 약 10~15%, 즉 열 명 중 한두 명에게서 나타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특히 4~6세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시기에 빈도가 높다. 주변에서 복통으로 학교나 학원을 빠지거나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는 통계 수치 이상의 현실적인 문제임을 보여준다. 최호정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경우,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지, 혹은 숨어 있는 병을 간과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는 부모들도 많다"고 말했다.

◇ 소아 만성 복통이란?

먼저 복통이 급성인지 만성인지 구분해야 한다. 급성 복통은 수일 내 시작해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말하며, 만성 복통은 최소 2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되면서 정상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의미한다.

복통은 위장관 내 통증 수용기가 물리적 자극이나 화학적 자극에 반응하며 발생한다. 예를 들어, 장에 가스가 차거나 늘어나는 압박, 꼬임, 염증, 혈액 공급 저하 등이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자극에 대해 느끼는 통증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최호정 교수는 "최근 주목받는 ‘장-뇌 축(gut-brain axis)’ 이론에 따르면, 어떤 아이들은 장에서 보내는 신호를 뇌가 과민하게 해석해 병이 없는데도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위장관염 후 신경 과민으로 인해 만성 복통이 시작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소아 만성 복통은 흔하지만, 경고 신호 발견 시 반드시 의료진 진단이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소아 만성 복통은 흔하지만, 경고 신호 발견 시 반드시 의료진 진단이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 복통, 언제 ‘위험 신호’를 의심해야 할까?

소아 만성 복통 환자의 약 10~15%에서만 기질적 원인이 발견된다. 대부분은 기능성 복통으로, 이는 장의 과민 반응과 운동 기능 장애가 원인이다. 하지만 기능성 복통이라 해서 안심하기만은 어렵다. 복통이 낮뿐 아니라 밤에도 나타나 잠을 깨우거나, 지속적인 우측 윗배 통증, 오른쪽 아랫배 통증, 녹색 담즙 섞인 구토, 원인 불명의 발열, 빈뇨·혈뇨·잔뇨 같은 배뇨 문제, 만성 설사 또는 혈변, 체중 감소나 성장 둔화, 가족력 등 ‘경고 증상’이 있으면 즉시 진료가 필요하다.

◇ 진단의 첫걸음, 꼼꼼한 검사와 평가

경고 증상이 있을 때는 소아소화기영양과 전문의가 병력 청취와 신체 진찰 후 적절한 검사를 시행한다. 검사로는 혈액검사(CBC, ESR, CRP 등), 대변검사(기생충, 바이러스, 칼프로텍틴 등), 복부 초음파, 단순 방사선 촬영, CT, 위장관 조영술, 필요시 내시경 검사 등이 있다. 최 교수는 "이 검사를 통해 기질적 질환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고, 기능성 복통인지 감별한다"고 말했다.

◇ 맞춤형 치료로 일상 회복하기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음식 과민증이 있으면 식이조절과 약물 치료를, 만성 변비가 원인이라면 약물과 생활습관 개선을, 만성 감염이라면 항생제 치료를 병행한다.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은 면역조절제, 스테로이드 치료가 필요하다.

◇ 과도한 걱정은 금물, 의료진과 함께 대응하자

과거에는 각종 검사와 내시경이 쉽지 않았지만, 현재는 다양한 비침습적 검사법이 발달해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최 교수는 "만성 복통이 있는 아이는 의료진 상담을 통해 검사가 필요한지 판단받고, 필요 시 적절한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질적 문제가 없으면 생활 습관과 약물 치료로 증상을 완화하며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 복통은 가볍게 넘기기엔 위험할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의료진과 적절한 상담과 관리가 아이 건강 회복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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