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전기차 위기 속 정면 돌파…동남아에서 펼치는 미래 기술 전초전

전기차 배터리부터 가전, 그리고 유통에 이르기까지 LG가 30년 넘게 쌓아올린 밸류체인의 ‘심장부’가 이곳에 있었다. 구 회장은 생산라인을 일일이 둘러보며 전극·조립·활성화 공정을 점검하고, 배터리셀에 직접 메시지를 남겼다.
“미래 모빌리티의 심장이 되길 기원합니다.”
그 한 문장은 그냥 덕담이 아니었다.
왜 지금 인도네시아인가?
LG는 1990년 첫 진출 이후, 10개 법인을 이곳에 두고 4개의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함께 설립한 ‘HLI그린파워’는 LG의 글로벌 배터리 전략에서 핵심 위치에 있다.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 능력. 양산 4개월 만에 수율 96%.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LG의 DNA가 고스란히 녹아든 성과다.
기술 그 이상을 보기 시작한 회장
그러나 구 회장은 단지 생산성과 품질만 보지 않았다. 그는 찌비뚱의 R&D센터를 찾아 ‘미래 기술의 지역화’ 가능성을 짚었다. 현지 임직원과 간담회를 열고 소비자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한편, 유통 매장까지 방문해 실제 고객 경험을 체크했다.
그의 경영 스타일은 철저히 현장형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뿌리를 먼 나라 공장에서부터 살피며, 기업의 체질을 바꿔나간다.
포스트 캐즘, 선점의 시간
전기차 시장은 현재 ‘캐즘(Chasm)’ 국면에 있다. 성장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고, 기술과 가격경쟁은 날로 치열하다. 그럼에도 구 회장은 ‘그 다음’을 준비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그 전초전이다. 단순히 생산거점이 아닌, 미래 LG 테크의 실험실. 그는 이곳에서 배터리를 LG의 ‘정체성’으로 삼고, 글로벌 산업지형 변화의 흐름을 바꾸려 한다.
LG는 더 이상 전자제품 기업이 아니다. AI, 헬스케어, 반도체로 향하는 ‘테크 지형도’의 중심에 있는 거대 전환 기업이다. 그리고 그 미래의 한가운데, 인도네시아가 있다.
김유신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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