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는 약 1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고령 인구가 늘고 건강검진이 활발해지면서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섬유화 질환이다. 정상 폐 조직이 흉터처럼 굳어지면서 점점 산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증상은 서서히 진행되며,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평균 생존 기간은 3~5년 정도다.

60세 이상 고령층, 특히 남성 흡연자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폐섬유증 가족력이나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 직업적 분진·곰팡이 노출, 위식도 역류질환(GERD) 등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엔 마른기침이 몇 주 이상 지속되며, 이후에는 평지를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가벼운 활동에도 숨이 차고 피로감이 심해진다. 말기에는 산소호흡기가 필요할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
박성우 순천향대 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초기 증상이 감기나 기관지염과 비슷해 간과하기 쉽지만, 이미 손상된 폐는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진단은 CT 검사와 폐 기능 검사로
진단은 주로 고해상도 흉부 CT와 폐 기능 검사로 이뤄진다. 경우에 따라 조직 검사를 위해 기관지 내시경이나 수술적 생검이 필요할 수 있다. 진단이 모호한 경우엔 호흡기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여러 분야 전문의가 함께 판단하는 다학제 진단이 효과적이다.
◇치료는 약물로 진행 속도 ‘조절’
완치는 어렵지만, 폐 섬유화 진행을 늦추는 항섬유화 치료제로 병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승인된 약물은 ‘피르페니돈’과 ‘닌테다닙’ 두 가지다. 폐 기능 저하를 50% 가까이 줄이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다만, 메스꺼움, 설사, 간 기능 이상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정기적인 검사와 부작용 관리가 필수다. 최근에는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높인 신약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병이 빠르게 진행되면 폐 이식이 고려되지만, 이식 가능한 폐가 부족하고 고령 환자는 수술 위험이 높아 제한적이다. 결국 조기 진단과 생활 관리가 핵심이다.
박 교수는 “금연은 기본이고, 독감·폐렴 백신 접종이 감염으로 인한 급성 악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고, 미세먼지 많은 날은 외출을 자제하거나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만성 기침이나 호흡곤란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아야 하며, 특히 흡연 이력, 폐질환 가족력, 분진 노출 직업군이라면 정기적인 폐 검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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