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정의학과의원이상훈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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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은 미국의 16대 대통령이다. 재임 기간은 1861년 3월 4일부터 1865년 4월 15일까지 약 4년이다. 그는 미국인들에게 최고의 대통령으로 인식된다. 역대 대통령의 업적 등을 다루는 각종 조사에서 거의 1, 2위를 다투고 있다. 링컨에 대한 이미지는 지구촌 곳곳에서도 긍정적이다. 이는 그가 인간이 지향해야 할 인류애를 보여준 데 있다.

링컨이 주장하고 실천한 대표적 인류애는 노예해방 서명과 게티스버그 연설에 잘 담겨 있다. 당시 미국은 노예해방에 대한 이견으로 북부와 남부가 내전 상태였다. 산업이 발달한 북부는 노예해방에 찬성한 반면에 노예 경제 의존도가 높던 남부는 반대했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 1월 1일, 링컨은 노예해방선언(Emancipation Proclamation)을 공표했다. 그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역사성의 무게를 의식한 듯 떨리는 손으로 사인했다. 링컨이 평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한 그날의 서명 문구는 다음처럼 시작된다.

“지금부터 미합중국에 대해 반기를 든 주 또는 특정 지역에서 노예로 예속된 모든 이들은 영원히 자유의 몸이 됩니다. 미합중국은 그들의 자유를 인정하고 지킬 것입니다. 그들이 진정한 자유를 얻고자 노력하는 데 어떠한 제한도 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황은 지지부진했고, 오히려 남부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이때 격전지인 펜실베니아 게티즈버그에서 북부군이 크게 승리했다. 1863년 11월 19일, 링컨은 격전지 게티즈버그 국립묘지 봉헌식에서 세기의 명연설을 한다.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통치는 이 땅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링컨은 3분 동안 271단어로 짧은 연설을 했다. 병사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인해 인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영원함을 천명했다. 그들이 죽어가면서까지 지켜려 한 숭고한 정신에 경의를 표했다. 이는 남북전쟁에 일부 부정적인 여론을 확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피부색에 흔들리지 않는 존엄한 인간의 가치, 시민을 위한 정치를 실천한 숭고한 인도주의자는 1865년 남부군의 항복을 받은 11일 뒤에 총탄에 쓰러진다. 남부의 열렬한 지지자에 의해 극장에서 암살된 것이다.

노예해방을 외친 링컨은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았다. 취임식 참석 직전에 이미 암살 모의가 드러났다. 이에 자택인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워싱턴DC까지 가는 노선을 여러 차례 변경해야 했다.

취임 1개월 만에 남북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정적들은 늘 그를 제거하고자 했다. 방법 중 하나가 식사였다. 음식에 독을 조금씩 넣어서 서서히 죽어가게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이 경우 암살이 아닌 병사로 묻힐 수 있음을 노렸다. 그들은 대통령의 요리사를 매수했다. 매일 건강을 약화시키는 음식을 올리게 했다.

링컨이 먹은 음식은 토마토 요리였다. 당시에 토마토는 ‘악마의 열매’, ‘에덴동산의 선악과’로 오해되는 상황이었다. ‘토마토를 먹으면 죽는다’는 속설에 따라 1820년 뉴저지에서는 재배가 금지되기도 했다. 정적들은 링컨이 서서히 마르고, 병약해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링컨의 얼굴은 더 밝아졌다. 정적들도, 요리사도 몰랐지만 토마토는 웰빙 식품이다. 비만이나 노화에도 도움이 된다. 다량 함유된 비타민C는 피부를 빛나게 하고, 비타민B는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루틴 성분은 혈관 질환 예방을, 라이코펜은 항산화 기능을 각각 기대할 수 있다. 노예해방, 남북전쟁 등으로 피로했던 링컨에게 토마토는 최고의 건강식품이었던 셈이다.

링컨의 아버지는 한때 큰 부자였다. 그러나 파산으로 인해 링컨의 유년 시절은 넉넉하지 못했다. 어릴 때의 식습관 탓인지 링컨의 식탁은 성인이 되어서도 소박한 편이었다. 아침은 달걀 토스트와 커피로 간단히 해결했고, 점심은 비스킷 우유 과일로 단출했다. 저녁은 조금 푸짐한 편이었으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좋아한 음식은 소고기를 소금에 간한 콘비프, 양배추, 옥수수 케이크, 사슴고기, 칠면조 다리, 굴 수프, 진저브레드 멘 쿠키, 베이컨, 아몬드 케이크, 사과 등이다. 그의 대통령 취임 만찬 식단도 수수했다. 감자, 수프, 고기, 블랙베리 파이 정도였다.

물론 정치적 목적이 있는 백악관 만찬에는 다양한 음식을 내놓도록 했다. 또 링컨도 당시로서는 미식가들이 먹는 거북이 수프, 칠면조 다리를 종종 찾았다. 그러나 그가 먹는 음식은 대체로 소박했다. 디저트는 커피 한 잔과 남부식 아몬드 케이크 정도였다. 남부식 케이크는 아내 메리 집안에서 즐겨 먹던 것이다.

따라서 링컨이 아내 취향을 따랐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링컨이 백악관 후식을 남부식 아몬드 케이크로 정례화처럼 한 것은 분열된 남북의 통합을 추구하는 정치로도 풀이할 수 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최장신(193cm)인 링컨은 나라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정치 리더가 가져야 할 인류애가 무엇인지도 알게 했다. 그가 먹는 음식은 소박했지만 철학과 정치는 대박이었다. 식탐이 없던 그는 비교적 마른 체형의 건강형이었다. 만약 그가 암살되지 않았다면 소박한 음식, 웰빙 음식 섭취로 더 건강한 모습으로 더 많은 일을 했을 듯싶다.

(글 : 삼성가정의학과의원 이상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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