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으로 '콘딜로마(condyloma acuminatum)'라고도 불리는 곤지름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virus)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성병의 일종이다. 주로 성기, 항문 주변에 나타나며, 강한 전염력을 가지고 있어 단 한 번의 성접촉만으로도 약 50%의 감염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PV는 단순한 성기 접촉뿐 아니라 손이나 피부 접촉, 오염된 수건이나 의류를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감염 경로를 특정하기도 쉽지 않다. 성 접촉 후 평균 2~3개월의 잠복기를 거쳐 병변이 나타나며, 일반적으로 닭벼슬 모양 혹은 작은 반구형의 돌기 형태로 피부 위에 비정상 조직이 생긴다. 특히 어두운 색을 띠는 경우 점이나 피부 트러블로 오인하기 쉬워 조기 발견이 어렵다.

초기 곤지름은 대부분 통증이 없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주지 않아 치료를 미루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병변이 점차 확산되거나 악화될 경우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HPV 감염은 자궁경부암, 음경암, 항문암, 인두암, 후두암 등 여러 종류의 암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곤지름이 자연 치유되기 어려운 질환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배우자 또는 연인에게 쉽게 전파될 수 있어 개인뿐 아니라 파트너의 건강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조기 치료가 이뤄지면 완치 가능성은 물론, 감염 확산을 막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므로 증상이 의심되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치료는 병변의 크기와 부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는 약물치료, 레이저치료, 냉동치료 등이 활용되며, 증상이 있는 경우 파트너와 함께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재발 방지에 중요하다. 특히 가임기 여성이라면 임신과 출산 과정 중 신생아에게 감염이 전이돼 유두종양 등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편,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성생활을 경험한 성인의 약 80%가 일생에 한 번은 감염될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다. 곤지름의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HPV 백신인 ‘가다실9’ 접종이 권장되며, 특히 젊은 남녀 모두에게 예방 접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 습관의 개선이다.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불특정한 성접촉은 피하는 것이 기본이다. 아울러 과로, 스트레스, 과음, 수면 부족 등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들을 줄이는 것도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곤지름은 일상에서 흔히 간과되기 쉽지만, 감염력과 위험성 모두 높은 질환인 만큼 빠른 대응과 정확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글 : 임태준 유쾌한비뇨기과 안양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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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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