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여름철이면 냉방으로 인한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 에어컨 바람에 오래 노출되거나 실내외 온도차가 클 때 주로 나타나는 이른바 ‘냉방병’ 증상 중 하나다. 하지만 이처럼 자주 겪는 두통을 그냥 참고 넘기거나, 진통제로 버티는 습관은 오히려 뇌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박중현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이 반복되거나 진통제를 습관처럼 복용하는 상태라면 단순한 일상 통증이 아닐 수 있다”며 “특히 여름철에는 냉방병에 의한 두통이 잦은 만큼, 약물 남용이 겹치기 쉬운 시기”라고 말했다.

여름철 반복되는 두통, 진통제 남용은 오히려 만성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여름철 반복되는 두통, 진통제 남용은 오히려 만성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참을 만하니까 괜찮다?” NO! 위험 신호일 수도

두통은 전체 인구의 70~80%가 경험할 만큼 흔하지만, 그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가장 일반적인 두통은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처럼 특별한 기저 질환 없이 발생하는 ‘일차성 두통’이다. 하지만 ‘이차성 두통’은 말 그대로 뇌의 구조적 문제나 감염 등 심각한 질환의 증상일 수 있다.

박 교수는 “갑자기 시작된 극심한 두통, 감각 이상이나 마비, 발열과 구토가 동반되는 경우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뇌막염, 뇌종양, 뇌출혈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전과 다른 통증 양상이 나타나거나, 복시(사물이 두 개로 보임), 언어장애, 감각 이상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통증이 일시적이라 해도 두통의 ‘질’과 ‘패턴’ 변화는 체계적인 진단을 받아야 할 이유다.

◇진통제 오래 먹을수록, 두통은 더 자주 온다

두통이 자주 반복되다 보면, 진통제에 의존하게 되기 쉽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진통제는 단기간 사용하면 통증 조절에 도움이 되지만,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복용하면 오히려 두통을 유발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를 ‘약물 과용성 두통(Medication Overuse Headache)’이라고 한다. 박 교수는 “진통제를 자주 복용하다 보면 두통이 더 자주, 더 심하게 발생하게 된다”며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약물 과용성 두통을 의심해봐야 한다. 진통제를 안 먹었을 때 오히려 두통이 시작된다. 두통 빈도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약을 먹어도 효과가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단순히 진통제를 바꾸거나 늘리는 것이 아니라 두통 자체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진료가 우선이다.

박중현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박중현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두통 = 진통제’라는 공식, 지금 버려야 할 때

두통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중요한 이상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냉방병으로 인한 두통과 더불어 수면 부족, 탈수, 피로 등이 겹치면서 두통 발생이 잦아지기 쉬운 환경이다. 여기에 진통제까지 남용하게 되면, 두통은 만성화되기 쉽다.

박중현 교수는 “두통을 무조건 참거나, 약으로만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해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접근”이라고 조언했다.

진통제는 ‘해결책’이 아니라 ‘일시적 조치’일 뿐이다. 두통이 반복되거나, 통증 양상이 달라졌다면 지금이 바로 진단받아야 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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