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성 감염병 확산 가능성 높아
홍수나 침수로 하수와 오염된 물이 뒤섞이면 장티푸스, 세균성이질, 노로바이러스, A형간염, 콜레라 등 수인성 감염병이 발생하기 쉽다. 이들 질환은 대부분 오염된 음식이나 물, 손을 통해 입으로 전파된다.

세균성이질은 시겔라균에 의해 발생하며, 고열과 복통, 혈변, 탈수를 동반한다. 잠복기는 1~3일이며 전염력이 매우 높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은 오심, 구토, 설사, 근육통을 유발하며 잠복기가 12~48시간으로 짧고 전파 속도가 빠르다.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에게는 심각한 탈수를 유발할 수 있다.
이수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예방을 위해선 식사 전·화장실 사용 후 손을 30초 이상 비누로 씻는 것이 중요하다. 물은 반드시 끓이거나 생수를 사용하고, 조리된 음식은 실온에 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침수된 집기나 조리도구는 철저히 소독하고, 복구 작업 시 장화·고무장갑 착용이 필수다"고 말했다.
◇침수로 인한 피부질환도 주의
오염된 물에 접촉하면서 접촉성 피부염, 농가진, 봉와직염 등 각종 피부질환 위험도 커진다.
농가진은 주로 어린이에게 나타나며, 꿀색 딱지가 특징이다. 전염성이 높아 가족 간 감염도 흔하다.
접촉성 피부염은 중금속이나 화학물질 노출로 가려움, 발진, 물집, 따가움 등이 생기며,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로 치료한다.
세균성 봉와직염은 피부 깊숙이 세균이 침투해 발생하며, 열감과 통증, 부종이 나타난다. 치료가 늦어지면 패혈증으로 악화될 수 있어 빠른 항생제 치료가 중요하다.
이수화 교수는 "곰팡이로 인한 무좀, 완선, 칸디다증 등 진균 감염도 흔하게 발생하므로 증상이 의심되면 조기 진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상풍 예방도 필수
홍수 이후 상처를 통해 감염되는 파상풍도 주의해야 한다. 흙이나 동물 배설물에 있던 테타니균이 피부 상처로 침투해 발생하며, 경련과 근육 경직 등을 유발한다. 이 교수는 "상처가 났다면 즉시 흐르는 물과 비누로 씻고, 의료기관에서 파상풍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접종 이력이 불확실하면 재접종이 필요하며, 깊은 상처에는 파상풍 면역글로불린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곰팡이나 바이러스도 활발히 퍼진다. 유행성 결막염, 곰팡이 포자에 의한 기관지염, 알레르기성 천식 등이 대표적이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나 폐렴 등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선 실내 환기를 자주 하고, 젖은 물건은 신속히 세탁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제습기 사용도 도움이 된다.
◇심리 방역도 중요
이수화 교수는 "수해로 인한 스트레스, 불면, 우울 등 정신적 고통도 적지 않다. 심리 상담과 정서적 지지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기존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약 복용이 끊기지 않도록 보건소나 지원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시 거주지에서는 공동생활로 인해 감염병 전파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손 씻기, 환경 소독 등 개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필요시 임시 진료소를 방문해 예방접종 상태도 점검받는 것이 좋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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