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계곡은 부상이 많은 장소 중 하나다. 계곡의 바위는 이끼가 껴 있어 눈으로 보기에는 평평해 보여도 물기가 많아 마치 얼음판처럼 미끄럽다. 이 바위를 강아지가 밟고 지나가다가 순간적으로 미끄러지면서 관절에 부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특히 말티즈, 비숑과 같은 소형견은 몸집이 작고 관절 구조가 불안정해 작은 미끄러짐에도 슬개골 탈구가 발생한다. 처음에는 순간적으로 꺾이는 듯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반복되면 무릎 관절이 헐거워지고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반대로 대형견은 체중이 많이 실리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서도 부상이 훨씬 심각하다. 미끄러지면서 무릎이 크게 틀어져 전십자인대 파열로 이어지는데, 이 경우 보행이 힘들어지고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해진다.

‘물에서 수영만 하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보호자도 있을 것이다. 수영은 일반적으로 관절에 무리가 덜 가는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강아지도 사람처럼 준비 운동 없이 갑자기 물에 뛰어들어 격렬하게 발차기를 하거나, 오랜 시간 동안 물속에서 버티듯 힘을 쓰다 보면 관절에 관절에 부담이 커진다. 물속의 부력은 관절을 지탱해주는 듯 보이지만, 반복적인 발차기 동작은 무릎과 고관절 주위 근육과 인대를 계속 자극한다. 이 압박이 쌓이면 관절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힘이 약해지고, 이미 구조적 약점을 가진 아이들은 손상이 쉽게 일어난다. 선천적 고관절 이형성정을 가진 강아지는 수영 후 절뚝거림이 심해지고, 관절 연골이 약해진 노령견은 퇴행성 관절염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반려묘는 특성상 반려견처럼 휴가철 외출이 잦지 않다. 다만 부득이하게 낯선 숙소에 머무는 경우, 그 환경 자체가 관절 부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갑자기 높은 선반 위로 뛰어올랐다가 미끄러지거나 착지 각도가 틀어지면 발목 염좌가 생기기 쉽고, 드물지만 고관절 탈구나 다리 골절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휴가가 끝난 뒤에는 반려동물이 평소와 달리 조금만 절뚝거리거나 움직임이 어색해도 그냥 피로 때문이라 넘기지 말아야 한다. 작은 변화라도 관절 이상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방문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결국 잘 보낸 여름 휴가는 보호자와 반려동물 모두가 건강하게 일상을 이어갈 수 있을 때 완성된다. 즐거운 휴가 끝이 동물병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과 조기 대처가 필요하다.
(글 : 윤영목 삼성동물병원 원장)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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