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은 단순한 음식 준비가 아니다. 무거운 재료를 옮기고, 몇 시간씩 쪼그려 앉아 절이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허리와 무릎이 먼저 비명을 지른다. 맞벌이 부부가 늘며 김장을 줄였다는 말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주부들이 혼자서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 문제는 그렇게 쌓이는 피로가 단순한 근육통을 넘어 신경 통증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김장이 끝난 뒤 “허리가 뻐근하다” “엉덩이가 찌릿하다”는 말을 한다면 이미 좌골신경이 압박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시적인 통증으로 넘기기 쉽지만, 이 증상이 반복되면 만성적인 좌골신경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좌골신경은 인체에서 가장 굵고 긴 신경으로, 허리 아래부터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발끝까지 이어진다. 이 신경이 디스크나 척추뼈, 근육에 눌리면 통증이 시작된다. 허리가 당기거나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저릿하게 퍼지는 느낌이 들면 좌골신경통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김장철처럼 무거운 물건을 반복해서 들거나, 장시간 허리를 굽힌 자세를 유지하면 신경에 압박이 가해진다. 처음에는 찌릿한 통증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감각이 둔해지거나 다리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김형석 미래본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좌골신경은 허리 아래에서 다리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압박이 생기면 통증이 띠처럼 퍼진다”며 “엉덩이 바깥쪽에서 시작해 허벅지와 종아리 뒤로 이어지는 저림이나 찌릿함이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주사치료로 통증을 조절하지만, 신경 압박이 심한 경우에는 요추부 척추 내시경 감압술을 시행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수술은 7mm 정도의 작은 절개로 신경이 눌린 부위를 직접 확인해 압박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근육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회복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좌골신경통은 조기에 발견하면 비수술적 치료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허리 통증이 반복되거나 다리 저림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진단을 받아야 한다.
◇김장증후군을 막는 현명한 습관 다섯 가지
① 김장 전 몸을 예열하자
김장은 일종의 체력 싸움이다. 시작 전 가볍게 허리를 젖히거나 어깨를 돌려 근육을 풀어주자. 한 시간마다 5분씩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 긴장을 완화하고 피로 누적을 막을 수 있다.
② 혼자 하지 말고 함께 나누기
김장 재료는 무겁고 다루기 힘들다. 혼자 들기보다 두세 명이 나눠 들면 허리에 가는 압력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빨리 끝내자’는 마음이 허리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걸 잊지 말자.
③ 작업 환경을 높이자
바닥에 쪼그려 앉는 대신, 허리를 세운 자세로 김장을 할 수 있는 식탁이나 작업대를 활용하는 게 좋다. 허리를 구부릴 때는 무릎을 살짝 굽혀 체중을 분산시키면 부담이 덜하다.
④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자
찬 바람이 스며들면 근육이 쉽게 경직된다. 두꺼운 외투 한 벌보다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는 게 낫고, 실외에서 김장을 할 땐 허리와 배를 꼭 감싸주는 옷차림이 좋다.
⑤ 김장 후엔 반드시 ‘쉬는 시간’을 갖자
김장이 끝나면 허리가 묵직하게 아프더라도 무리한 스트레칭이나 집안일은 피해야 한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거나 찜질을 하며 근육을 이완시키고, 하루 정도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된다.

김장은 우리 고유의 정성과 가족의 온기가 담긴 행사지만, 그만큼 몸에 큰 부담이 되는 일이다. 단 몇 시간의 무리로 허리를 다치면, 이후 일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작은 습관의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든다. 허리를 바로 세우는 자세, 함께 나누는 노동, 따뜻한 보온, 그리고 충분한 휴식이 그 해답이다.
“김장은 며칠, 허리는 평생”이라는 말처럼 올해 김장철에는 맛있는 김치보다 건강한 허리를 먼저 챙기자.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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