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도 유치가 빠진 뒤 나오는 영구치를 평생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치과 질환은 한번 발생하면 회복이 쉽지 않고, 대부분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치아 통증은 음식물을 씹고 삼키는 데 큰 어려움을 주며, 결국 식욕 저하와 체중 감소, 전신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치과 질환으로는 치주 질환이 있다. 치주 질환은 치아와 잇몸 사이에 플라그(치태)와 치석이 쌓이면서 잇몸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강아지, 고양이도 사람처럼 음식을 먹으면 치아 표면에 플라그가 형성되는데,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단단한 치석으로 변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잇몸과 치아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고 세균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다. 보통 잇몸 출혈, 심한 구취, 식욕 감소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또 다른 문제는 치아 파절이다. 단단한 간식이나 외부 충격으로 인해 치아가 깨지는 경우가 있다. 심하지 않은 치아 파절은 레진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신경이 노출될 정도로 심한 경우, 극심한 통증과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는 신경 치료를 통해 손상된 치아를 살리거나 상황에 따라 발치를 고려해야 한다.

신종원 해온동물의료센터 원장
신종원 해온동물의료센터 원장
반려묘를 키우는 보호자라면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이 있다. 바로 구내염과 치아흡수성병변(FORL)이다. 고양이 구내염은 잇몸, 볼 점막, 목구멍 등 구강 곳곳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염증이 만성화되면, 신장, 간과 같은 장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퍼져 패혈증까지 이어질 수 있다. 증상이 경미하다면 약물 치료를 시도할 수 있지만, 정상적인 식생활이 어려운 경우 전발치를 진행한다.

치아흡수성병변은 치아가 뿌리부터 녹아내리는 질환으로 전체 고양이의 약 60%에서 관찰될 만큼 흔하다. 두 질환 모두 심한 통증을 동반해 음식 섭취 거부, 침을 흘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아흡수성병변은 일반적인 치료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워, 발치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과 질환은 이처럼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따라서 평소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기본이 되는 것은 양치질이다. 하루 한 번, 최소한 일주일에 3번은 꾸준한 칫솔질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울 수 있지만, 반려견·반려묘 전용 칫솔과 치약을 사용해 천천히 습관을 들이면 된다.

만약 칫솔질이 어렵다면 덴탈 전용 간식이나 구강 관리 젤, 물에 타서 사용하는 구강 세정제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다만, 이러한 제품만으로는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가능하면 양치질과 병행할 것을 권장한다.

또한 정기적인 스케일링이 필요하다. 아무리 칫솔질을 열심히 해도 칫솔이 닿지 않는 곳에는 치석이 쌓이기 마련이다. 치석은 매우 단단해 일반적인 칫솔질로는 제거가 어렵다. 치과 검진과 함께 스케일링을 병행하면 구강 상태를 꾸준히 체크할 수 있으니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스케일링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매년 마취를 통한 치과 검사 및 치료를 받는 강아지와 고양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평균 20% 이상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Urfer SR, Wang M, Yang M, et al. 2019)가 있다. 마취 및 스케일링 전 혈액검사와 X-ray 촬영 등을 통해 구강 질환뿐 아니라 몸속에 숨어 있던 기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기적인 치과 관리를 통해 심한 치주염을 예방하면 간(만성간염), 신장(만성신부전, 사구체신염), 심장(심내막염), 폐(만성호흡질환,COPD), 당뇨병, 악성종양 등 각종 전신 질환의 발생 위험까지 줄일 수 있다. 이러한 관리가 반려동물의 건강 수명을 높이고, 조기 사망률을 최대 6배까지 줄여준다는 점에서도 치과 관리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건강한 치아는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인다. 평소부터 꾸준한 관리로 반려동물의 밝은 미소를 지켜주자.

(글 : 신종원 해온동물의료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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