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한 잔, 오늘의 티] 우리 나라 전통 음료 보리차, 건강하고 시원하게 즐기는 법
고소한 향과 부드러운 맛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마시지만 사실 보리차는 엄밀히 말해 차(茶)가 아니다. 차는 찻잎을 우려낸 음료를 의미하는데 보리차는 보리를 볶아 끓인 곡물음료로 ‘대용차’에 속한다.
그렇다고 보리차의 가치를 낮게 볼 수는 없다. 건강 기능성 면에서 뛰어난 효능이 많다. 혈당을 조절해 당뇨 환자도 부담없이 마시기 좋다. 위생과 음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암 환자들에게도 보리차의 해독 효과와 항산화 작용은 많은 도움을 줘 권장되는 건강 음료다.
실제로 과거에는 수돗물 대신 보리차를 끓여 마시는 것이 일상이었으며 지금도 물 대용으로 가장 널리 소비되고 있다. 이처럼 보리차는 오래도록 우리 민족의 건강을 지켜온 전통 음료다. 보리차의 다양한 효능과 건강하게 마시는 법을 살펴본다.

◇ 혈관 건강, 콜레스테롤 관리
보리의 풍부한 수용성 식이섬유 베타글루칸은 장내에서 콜레스테롤을 흡착해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 성분은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 FDA는 하루 3g 이상의 베타글루칸 섭취가 심혈관 건강에 유익하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보리의 배아에는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토코트리에놀 성분도 함유돼 있어 보리차는 혈관 건강에 복합적인 효과를 제공한다.
◇ 혈당 조절, 당뇨 예방
보리는 국내 곡물 중 베타글루칸 함량이 가장 높다. 베타글루칸은 점성이 강해 소장에서 당 흡수를 지연시키고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혈당 스파이크를 막아 당뇨병 예방과 혈당 조절에 효과적이다. 보리차는 탄수화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당뇨 환자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 꾸준히 섭취하면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 소화 기능 개선
보리는 소화기 건강을 돕는 대표 곡물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보리차는 장운동을 촉진하고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해준다. 특히 보리를 발아시킨 맥아는 천연 소화 효소를 함유하고 있어 위의 부담을 덜어준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보리차를 마시면 속이 편안해지는 이유다. 숙변 제거에도 효과적이어서 변비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특히 권장된다.
◇ 항산화 작용, 면역력 강화
보리에는 아라비녹실란이라는 다당류가 함유돼 있어 면역세포의 활성을 촉진한다. 또한 펩타이드 단백질은 백혈구 생성을 유도해 체내 면역 반응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항산화 기능도 뛰어나 세포 노화와 염증을 억제하며 피부 콜라겐 합성을 도와 피부 건강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매일 한두 잔만 마셔도 체내 방어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 체온 조절, 해독 작용
보리는 한방에서 '열을 내리는 곡물'로 분류된다. 더운 날 보리차를 마시면 체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며 열사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볶은 보리에는 숯처럼 다공성 구조가 형성돼 있어 수돗물 속 중금속이나 독성 물질을 흡착하는 기능을 한다. 꾸준히 마시면 체내 해독 작용과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 보리차, 누구나 마셔도 될까? 주의가 필요한 경우
보리차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안전한 음료로 알려져 있으나 일부에게는 주의가 필요하다.
보리차에는 칼륨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일반적으로는 칼륨이 체외로 잘 배출되지만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칼륨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심장 리듬 이상, 근육 마비, 심한 경우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는 생수를 권장한다.
위장이 약한 사람도 보리차는 피하는 것이 좋다. 보리차는 몸을 차게 하는 성질이 있어 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차가운 보리차를 다량 마시면 몸이 냉해져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위장이 허약한 사람에게는 설사나 복통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따뜻하게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보리차는 끓인 뒤 어떻게 보관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실온에 오래 두면 세균 번식으로 상할 위험이 있다. 특히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보리차는 적은 양만 끓여 2~3일 이내에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관 시에는 유리병을 열탕 소독한 뒤 냉장 보관해야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 건강하고 맛있게 보리차 제대로 끓이는 법
전통 방식: 수돗물 속 염소 제거까지 고려
① 냄비에 수돗물을 넣고 팔팔 끓인다.
② 물이 끓기 시작하면 뚜껑을 열고 5분간 더 끓여 염소 성분을 날린다.
③ 볶은 보리 한 줌을 넣고 중불에서 10분간 끓인다.
④ 불을 끄고 10분간 더 우려낸 뒤, 보리를 건진다.
이 과정을 거치면 보리의 고소한 향은 살리고 과도한 쓴맛이나 떫은맛은 줄일 수 있다.
간편한 티백 사용법
① 물 2리터에 보리차 티백을 넣는다.
② 중불에서 약 10분 정도 끓인다.
③ 불을 끄고 5~10분간 우려낸 후 티백을 제거한다.
④ 냉장 보관 시에는 반드시 완전히 식힌 뒤 보관해야 변질을 막을 수 있다.
보리차+옥수수차+둥굴레, 더 풍미있게 즐기기
보리차의 건강 기능에 풍미를 더하고 싶다면 다른 곡물차나 한방재료와 함께 끓이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옥수수차와 둥굴레는 보리차와 궁합이 좋다. 둥굴레는 사용 전날 냉장고에서 하룻밤 불려둔다. 옥수수차는 잘게 분쇄해 보리와 1:1 비율로 섞는다. 세 가지 재료를 다시백에 넣고 20분간 끓이면 고소함과 단맛, 한방의 은은한 향이 어우러진 보리차가 완성된다.
오하은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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