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명의 연장으로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는 연령대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필자가 수련을 받을 때만 해도 고관절 골절은 60-70대 환자가 많았으나 현재는 80-90대 환자들이 주로 내원하고 있으며, 100세가 넘는 환자분들이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생활 수준의 개선 및 골다공증 치료의 발전 등으로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는 시점은 점점 늦어지고 있으나, 고령 인구의 증가 추세로 인하여 환자수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고관절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튼튼한 관절 중에 하나이며, 젊은 나이에는 손상되는 경우가 드물다. 젊은 성인의 고관절 골절은 대부분 교통사고 혹은 건물에서의 추락 등과 같은 확률이 드문 사고에 의한 것이며, 이 또한 전체 환자분들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고령 환자의 경우에는 양상이 달라지는데, 화장실이나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혹은 걷다가 넘어지는 정도의 경미한 충격에도 쉽게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골다공증으로 인해 뼈가 약해지기 때문이며, 여성의 경우 폐경이 되면 골밀도를 유지시켜 주는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부족으로 남성 환자보다 더 빠르게 뼈가 약해지게 된다.
뼈 건강을 챙기는 것은 성별에 관계없이 중요하지만 여성의 경우 위와 같은 이유로 골다공증 치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골절이 발생한 이후에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폐경기 여성의 경우 평소에 주기적으로 골밀도 측정을 해보는 것이 좋으며, 필요시 약물 치료 및 비타민 D 요법을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 근력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칼슘이 풍부한 유제품 및 뼈째 먹는 생선 등의 섭취를 늘리면 골밀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보행이 불안정한 어르신의 경우 낙상을 예방할 수 있는 집안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걸려 넘어질 수 있는 구조물을 최대한 치우고 집안을 밝게 유지하도록 한다.

노인들의 고관절 골절은 제대로 된 치료로 이어지지 않으면 자칫하면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고관절 골절이 이렇게 치명적인 이유는 발생할 경우 말 그대로 ‘옴짝달싹도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보행은 고사하고 앉아있기조차 힘든 경우가 많으며, 누워서 돌아눕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회복까지 누워 지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엉덩이 및 골반 주위에 욕창이 발생하며, 심할 경우 골반뼈가 드러날 정도로 피부가 괴사되기도 한다. 장기간 침상 안정 시 폐렴과 요로감염이 생기는 경우가 많고, 혈관에 피떡이 생기는 정맥 혈전증 및 폐색전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통계를 보면 수술적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1년 사망률이 70-80%에 달하며, 수술적 치료를 하더라도 사망률이 20-30%까지 보고가 된다.
고관절 골절은 수술하지 않을 경우 그냥 붙을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에 일단 발생하였을 경우 응급으로 수술을 진행하고, 빠르게 보행 재활을 하는 것이 최대한 신체의 기능을 보존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수상 전 환자의 보행 능력이 중요한데, 다치기 전에 잘 걸으셨던 경우 빠른 치료를 받으면 예전의 보행 능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장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보행이 잘 되지 않았던 환자의 경우도 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 조기 사망의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역시 포기하지 않고 빠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고관절 수술은 위험하다는 편견이 있어서 나이가 많으실 경우 보호자들이 수술적 치료를 꺼리는 경우도 있는데, 장기간에 걸친 수술 술기와 임플란트의 발전으로 위험도는 크게 감소하고 성적은 향상되었다. 수술이 잘 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수술의 타이밍이다. 수상 후 2-3일 내에 적절한 수술적 치료가 이루어지고 1주일 이내에는 보행 재활이 시행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수상 후 수술이 지연될수록 치료의 성적이 수직 하락하며 2주를 넘길 경우 사실상 이전의 기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낙상 사고 후 신속한 대응으로 더 많은 환자분들이 건강하게 노년을 보내시기를 바란다.
(글: 서울나우병원 안태수 원장)
김국주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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