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증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들 가운데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로, 귀 속 전정기관의 미세한 돌(이석)이 제자리를 이탈하면서 발생한다. 이 돌은 원래 몸의 균형과 중력을 감지하는 데 쓰이는 정상 구조물이지만, 세반고리관이라는 잘못된 곳에 들어가면 심한 회전성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이석증은 주로 머리의 위치가 바뀔 때 증상이 나타난다. 누울 때, 일어날 때, 옆으로 돌아눕거나 고개를 젖힐 때 갑자기 어지럽고 구역질이 날 수 있다. 어지럼증은 대개 1분 이내로 짧지만 강렬하며, 특히 집에서 증상이 처음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60대 이상에서 자주 발생하며, 특히 폐경기 이후 여성은 골다공증과 비타민D 부족으로 이석의 안정성이 떨어져 이석증 발생률이 높다. 반복적인 자세나 장시간 누워 있는 습관도 재발을 유도하는 요인이다.
◇정확한 위치 파악이 치료의 핵심
이석증은 이석이 들어간 세반고리관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면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다.
대표적 치료법인 '이석정복술'은 잘못된 위치에 있는 이석을 원래 자리인 난형낭으로 되돌리는 간단한 시술이다. 가장 널리 쓰이는 ‘에플리(Epley) 술기’는 머리와 몸을 특정 순서대로 움직여 중력의 힘으로 이석을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치료 후에는 이석이 자리 잡을 때까지 높은 베개를 사용하고, 고개를 갑자기 숙이거나 젖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석이 들어간 세반고리관의 위치는 환자의 눈 움직임(안진)의 방향과 지속시간을 통해 파악한다. 그러나 위치를 잘못 판단하면 치료가 효과 없을 수 있다.

권경현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3회 이상 표준 이석정복술을 시행해도 호전되지 않거나, 1년에 3회 이상 재발하면 난치성 이석증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상 후 발생한 이석증은 재발 가능성이 높고, 이석이 귀 안의 감각막에 달라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여러 반고리관에 동시에 이석이 들어간 경우(다발성 반고리관형)나 수평반고리관형 이석증은 정복이 더 까다롭고 재발률도 높은 편이다.
권 과장은 “이석정복술에도 효과가 없다면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같은 다른 원인을 의심해야 하며,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구토가 함께 온다면 신경과 진료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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