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 흔히 ‘추석 증후군’이라는 것이 찾아온다. 추석 증후군이란? 장거리 이동과 가족 행사, 뒤바뀐 생활 리듬으로 피로와 긴장이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이다. 이런 변화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반려동물 역시 달라진 환경과 일정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갑작스러운 방문객이나 낯선 냄새, 예측하기 힘든 일정은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에게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 특히 올해처럼 연휴가 긴 해에는 피로가 누적되기 쉬워, 사전 대비가 더욱 필요하다. 이번 명절은 사람만의 휴식이 아니라 반려동물까지 함께 편안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명절의 가장 큰 변수는 ‘음식’이다. 명절에 가족들과 앉아 음식을 먹을 때 반려동물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추석 음식 대부분은 반려동물이 섭취했을 시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먼저 기름진 음식은 강아지의 췌장에 무리를 준다. 전이나 튀김처럼 기름에 조리한 음식은 지방 함량이 높아 소화가 어려워 급성 췌장염을 유발한다. 췌장염은 구토, 복통, 식욕 부진을 동반하며 심한 경우 탈수와 고열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입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마음이 쌓여 이런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명절 동안은 반려동물 간식도 저지방 제품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조결 돌봄동물병원 원장
조결 돌봄동물병원 원장
다음으로 주의해야 할 음식은 파와 마늘이 들어간 음식이다. 이 두 가지 재료에는 ‘알릴프로필 디설파이드’라는 독성 물질이 있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이 성분을 해독하는 능력이 부족해 소량만 섭취하더라도 심각한 중독 증상을 일으키고 적혈구를 손상시켜 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 갈비찜, 잡채, 나물류에는 대부분 파나 마늘이 포함돼 있으므로 식탁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반려묘는 파 성분에 매우 민감해 소량만 섭취해도 구토, 무기력, 호흡 곤란을 보일 수 있다.

단골 명절 선물인 과일도 반려동물에게 함부로 급여해서는 안 된다. 포도는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감은 위장에서 응고돼 장폐색을 유발한다. 복숭아, 자두처럼 씨가 단단한 과일은 삼킬 경우 장을 막을 위험이 있다. 반려동물에게 과일을 주고 싶다면, 사과나 배를 씨를 제거하고 껍질을 벗긴 후 소량만 급여하는 것이 안전하다. 과일은 건강식이 아닌 ‘특별한 간식’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는 다른 연도보다 유난히 길어 장거리 이동하는 반려 가족이 많을 것이다. 이때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것이 멀미이다. 멀미 증상은 침 흘림, 하품, 구토, 불안감 등으로 시작해 심할 경우 떨림이나 호흡 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이런 증상이 보인다면 즉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차량을 잠시 세워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이 좋다. 멀미를 예방하기 위해 장거리 이동 전에는 식사를 피하고, 대신 물을 충분히 마시게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이동 케이지 안에 익숙한 담요나 장난감을 넣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약 평소 차를 자주 타지 않는 반려동물이라면 이동 전 수의사에게 멀미약을 미리 처방 받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추석 전 미리 준비해 둬야 하는 것들을 점검해야 한다. 평소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충분히 챙기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지사제, 소화제, 지혈제, 멀미약 등과 같은 반려동물 전용 상비약을 구비해 두어야 한다. 또한 혹시 모를 응급 상황을 대비해 명절 기간 진료 가능한 동물병원 목록을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한다.

추석은 사람에게는 가족과의 시간이며 휴식이지만, 반려동물에게는 낯선 냄새와 새로운 환경, 잦은 이동으로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는 시기다. 보호자가 세심하게 신경 써 준다면 반려동물 역시 편안하게 명절을 보낼 수 있다. 음식을 조심하고, 이동 전 준비를 철저히 하며, 이상 증상에 빠르게 대처한다면 긴 연휴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글 : 조결 돌봄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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