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길었던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해야 할 시기가 왔다. 사람도 명절 동안 과식과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속이 더부룩하거나 배탈이 나는 경우가 많듯, 반려동물도 비슷한 변화가 찾아온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의 손에서는 간식이 이어졌고, 식사량이 평소보다 늘어난 경우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추석처럼 기름진 음식이 많고 외출이 잦았던 연휴가 지나면, 강아지나 고양이 모두 위장에 무리가 쌓이기 쉽다. 따라서 지금 시기 반려동물이 평소보다 처져 있거나 식욕이 줄었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위장 질환의 신호일 수 있음을 알고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흔히 발병하는 질환 중 하나는 췌장염이다. 췌장은 음식 소화에 필요한 효소를 분비하는 기관인데, 고지방 음식을 섭취하거나 갑작스러운 식단 변화가 생기면 염증이 쉽게 발생한다. 특히 강아지의 경우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에 민감해 명절 동안 기름진 고기나 전을 조금이라도 먹었다면 췌장염이 유발될 수 있다. 만약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만성 췌장염으로 이어질 경우 체중 감소와 만성 구토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췌장염은 보통 혈액검사와 복부초음파를 통해 진단한다. 조기 발견 시 수액이나 내복약 복용과 같은 내과적 처치만으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괴사성 췌장염처럼 중증으로 진행되면 추가 장기 손상을 막기 위해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현경민 다산동물병원 원장
현경민 다산동물병원 원장
염증성 장질환(IBD)은 반복적인 장 염증으로 인해 설사, 구토,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나는 만성 질환이다. 연휴처럼 식단이 불규칙해지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는 시기에는 잠재돼 있던 장 염증이 활성화되기 쉽다. 특히 반려견이나 반려묘 모두 갑작스러운 식단 변경, 새로운 간식 섭취, 과식 등으로 장내 세균 균형이 깨지면 장벽이 약해져 염증 반응이 심해질 수 있다. IBD는 먼저 혈액검사, 초음파, 내시경, 조직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하고 치료를 진행한다. 일반적인 장염과 달리 일시적인 감염이 아닌 면역학적 이상이 근본 원인이므로, 단순히 약을 먹는다고 해서 바로 낫지 않는다. 보통 항염증제와 면역조절제, 저자극성 식이 조절이 병행돼야 하며, 증상 조절과 재발 예방이 치료의 핵심이 된다. IBD는 만성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보호자는 단기 호전만으로 안심하지 말고 꾸준한 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세 번째로 자주 발병하는 질환은 위염이다. 위염은 위 점막이 손상되거나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하며, 연휴 직후 가장 많이 관찰되는 급성 위장 질환이다. 명절 동안 과식하거나 낯선 음식을 섭취하면 위산 분비가 과도해지고, 이로 인해 점막이 자극받아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강아지의 경우 트림, 구토, 식욕부진, 복부 팽만 등이 나타날 수 있고 고양이는 구토와 함께 입맛이 떨어지고 숨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위염은 위산 억제제나 위점막 보호제를 단기간 복용하면 금방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만성 위염이나 궤양으로 진행될 경우 출혈이나 체중감소, 흑색변이 나타날 수 있다. 만약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고령의 반려동물이라면 단순 위염으로 보이더라도 기저 질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처럼 연휴 후에는 다양한 위장 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며, 증상 또한 서로 유사해 보호자가 구분하기 어렵다. 가벼운 구토나 설사라면 일시적인 소화불량일 수 있으나, 하루 이상 증상이 지속되거나 탈수, 무기력, 식욕 저하가 동반된다면 반드시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작은 증상이라면 병원에서 내복약 처방으로 간단한 치료가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췌장 괴사, 장 천공 등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이 필요한 상황으로 악화되기도 하므로 ‘조금 나아지겠지’라는 안일한 판단은 매우 위험하다.

연휴가 끝난 지금, 보호자는 반려동물의 식습관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평소 먹던 사료로 서서히 돌아가고, 간식이나 사람 음식 섭취를 줄여 장과 췌장이 안정될 기간을 주어야 한다. 특히 반려견과 반려묘 모두 명절 동안 과식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며칠 간은 식사량을 조절하며 배변 상태를 꾸준히 확인해야 한다. 소화기 질환은 초기에 대응하면 회복이 빠르지만, 방심하면 만성화되거나 다른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연휴를 잘 보냈다면, 그 마무리 또한 건강하게 끝맺는 것이 진짜 ‘좋은 명절’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글 : 현경민 다산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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