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매년 10월 20일은 ‘세계 골다공증의 날’이다. 이 질환은 아무 증상 없이 진행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골절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침묵의 질환’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골다공증 환자는 약 132만 명에 달했다. 특히 50세 이상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급증하는 양상을 보인다.

골다공증은 뼈의 강도가 약해져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골절되는 질환이다. 뼛속이 비어가는 ‘골다공(骨多孔)’이라는 이름처럼,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은 점점 부서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특히 폐경기 이후 여성과 고령 남성은 골밀도가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이 급감하면서 뼈 손실이 빠르게 일어난다. 이 시기에 골다공증이 시작되기 쉬운데, 3~5년 사이 골밀도는 급속도로 떨어진다. 남성은 상대적으로 늦게 발병하지만, 일단 골절이 생기면 여성보다 사망률과 재골절률이 높아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골다공증이 무서운 이유는 일상적인 낙상조차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관절이나 척추에 골절이 생기면 회복이 오래 걸리고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70대 이상 고관절 골절 환자의 1년 내 사망률은 15~20%에 이른다.

골다공증은 증상 없이 찾아와 삶을 뒤흔드는 질병, 예방이 최선의 치료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골다공증은 증상 없이 찾아와 삶을 뒤흔드는 질병, 예방이 최선의 치료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골절은 시작일 뿐... 치료보다 중요한 건 예방


골다공증은 대부분 특별한 통증 없이 진행된다. 눈에 띄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키가 예전보다 4cm 이상 줄었거나, 평범한 낙상에도 골절이 생긴 경험이 있다면 이미 골밀도가 크게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골다공증 골절은 손목, 척추, 고관절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척추 압박골절은 키가 줄고 허리가 굽는 원인이 되며, 만성 통증과 신체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고관절 골절은 수술 후 장기 입원이나 회복을 요하고,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진단은 주로 골밀도 검사로 이뤄진다. 티 점수(T-score)로 측정되며, -1.0 이상은 정상, -1.0~-2.5는 골감소증, -2.5 이하는 골다공증으로 분류된다. 골절 이력이 있거나 여러 위험 인자가 있다면 티 점수가 낮지 않아도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치료는 뼈 흡수를 억제하거나 뼈 형성을 촉진하는 약물로 진행된다. 비스포스포네이트, 데노수맙, 여성호르몬, 선택적 에스트로겐 조절제, 부갑상선호르몬, 로모소주맙 등이 있으며, 환자의 상태와 위험도에 따라 다르게 처방된다. 특히 데노수맙은 중단 시 오히려 골절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전문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김범준 교수는 "골다공증은 단기간 약물로 완치되는 질환이 아니다. 오랜 기간 지속적인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 치료를 시작한 후에는 효과가 수치로 바로 보이지 않더라도 꾸준히 복용해야 골절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뼈 건강은 습관에서 시작된다

골다공증 예방의 핵심은 일상 속 습관 관리다. 첫째, 칼슘과 비타민 D의 충분한 섭취가 중요하다. 칼슘은 하루 1000~1200mg, 비타민 D는 햇볕을 통한 자연 합성과 함께 보충제를 통해 보완하는 것이 좋다. 멸치, 유제품, 두부, 해조류 등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꾸준히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짠 음식, 과도한 카페인, 알코올, 탄산음료, 가공식품 등은 칼슘 배출을 유도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단백질은 적당히 섭취해야 하며,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오히려 칼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둘째, 운동은 뼈를 자극해 골밀도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빠르게 걷기, 계단 오르기, 줄넘기, 실내 자전거 타기 등 체중 부하 운동이 적합하다. 주 4~5회, 하루 30분 이상을 권장하며, 근력 강화 운동과 균형 훈련도 병행하면 낙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단, 척추에 과도한 압력을 가하는 윗몸일으키기나 무거운 중량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셋째, 생활 환경도 점검해야 한다. 집안 조명을 밝게 유지하고, 욕실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와 손잡이를 설치한다. 문턱 제거, 느슨한 카펫 정리 등도 낙상 예방에 효과적이다.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김 교수는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는 예방의 출발점이다. 특히 폐경기 여성, 70세 이상 남성, 가족력이 있는 경우, 골절 병력이 있거나 마른 체형이라면 골다공증 위험이 높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예방으로 골절과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골다공증은 노화가 아닌, 준비 부족에서 오는 질병이다. 평소 생활 습관 관리와 정기 검진만으로도 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뼈 건강은 보이지 않지만 삶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지금부터라도 ‘보이지 않는 뼈 건강’을 챙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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