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학 전문가가 말하는 진짜 숙면법
SNS와 유튜브에는 “ASMR로 숙면 성공”, “명상으로 불면 탈출” 같은 후기들이 넘쳐나지만 이 세 가지 방법이 과연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를 지니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ASMR·명상·멜라토닌의 실제 수면 효과와 한계, 그리고 수면의학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치료법까지 함께 본다.

◇ ASMR, 심리적 안정엔 도움되지만 효과는 개인차 커
ASMR은 속삭임, 빗소리 등으로 두피나 척추 부근에 ‘팅글’이라 불리는 쾌감을 유도한다. 2020년과 2022년의 연구에서는 일부 불면증 환자에게서 ASMR이 수면의 질 향상과 심박수 감소 효과가 보고되었지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ASMR은 특정 감각 민감도가 높은 사람에게만 이완 효과가 두드러진다"라며 "심리적 안정에는 도움되지만 과학적으로는 아직 ‘보조적 도구’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취침 직전 스마트폰을 이용해 영상을 시청하는 행위는 블루라이트로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어폰 대신 스피커를 사용하고 볼륨은 낮춰 ‘배경음’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권장된다.
◇ 명상, 수면 질 개선 효과 ‘과학적으로 입증’
명상, 특히 마음챙김 명상은 수면의 질 개선 효과가 다수의 임상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방법이다. 2018년 1,654명을 대상으로 한 메타 분석에서는 수면의 질이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명상이 수면위생 교육보다 더 큰 개선 효과를 보였다. 또한 2011년 임상시험에서는 수면제와 비교했을 때 명상 프로그램이 유사한 수준의 수면 개선 효과를 보였고 5개월 후에도 불면증 지수가 유지됐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CBT-I(인지행동치료)와 결합된 명상은 CBT-I 단독 치료보다 수면 중 각성 시간을 유의미하게 줄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미국수면의학회는 “명상은 약물 없이도 불면증을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보조 치료법 중 하나”라고 밝히며, 정기적인 마음챙김 훈련을 권장한다.
◇ 멜라토닌, 일반적으로는 체감되지 않는 효과
멜라토닌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2024년 최신 메타 분석에 따르면 멜라토닌이 수면 잠복기를 약 7분 단축시키고 총 수면 시간을 8분가량 연장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수면의 질’ 향상 효과는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멜라토닌이 불면증 자체의 치료제라기보다는 수면 리듬 조절용으로 활용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취침 3시간 전에 4mg 용량을 복용했을 때 가장 좋은 반응이 보고되었으며 노인이나 멜라토닌 결핍이 있는 경우에는 더 유의미한 개선이 나타났다. 한국수면의학회 관계자는 “불면증 환자 중 멜라토닌 부족으로 인한 경우는 약 5%에 불과하다”라며 “멜라토닌 영양제를 전반적인 수면제 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조언했다.
◇ 전문가들이 말하는 수면 전략의 핵심
미국과 한국 수면의학회는 불면증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 전략으로 인지행동치료(CBT-I)를 우선적으로 권장한다. 이는 단순한 수면 습관 개선을 넘어 수면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생각과 잘못된 행동 패턴을 인식하고 교정하는 데 초점을 둔다. 실제로 약물보다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만성 불면증의 1차 치료법으로 널리 채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면 장애가 일시적이거나 가벼운 수준이라면 수면위생 관리와 보조 요법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지만 수면 문제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정도라면 반드시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오하은 하이뉴스(Hinews) 기자
press@hi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