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녹내장은 시신경이 점차 손상되며 시야가 좁아지는 만성 진행성 질환이다. 대표적인 3대 실명 질환으로, 과거에는 노화와 관련된 안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20~30대 젊은 환자 비율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시력교정술을 위해 안과를 찾았다가 우연히 녹내장을 발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녹내장은 일반적으로 안압이 높아지면서 발생한다. 눈 속에는 방수라는 투명한 액체가 순환하며 안압을 유지하는데, 이 방수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안압이 높아지고 시신경이 눌려 손상이 시작된다. 하지만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 환자의 대부분은 ‘정상안압녹내장’으로, 안압 외에도 시신경 혈류 장애, 고도근시, 유전, 심혈관 질환 등이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고도근시는 젊은 층에서 녹내장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근시가 심하면 안구 길이가 길어지면서 시신경을 지지하는 조직이 얇아지고, 외부 압력을 견디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부학적 구조가 변형되면 안압이 정상이어도 시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

고석진 밝은신안과 원장
고석진 밝은신안과 원장
녹내장의 가장 큰 문제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시신경 손상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증상을 느끼지 못한 채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주변 시야가 흐려지며, 말기로 진행되면 마치 터널 안에서 보는 것처럼 중심 시야만 남게 된다. 일상생활에서는 어두운 곳에서 물체가 잘 안 보이거나,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는 등 사소한 변화로 나타날 수 있다.

녹내장은 크게 개방각녹내장과 폐쇄각녹내장으로 구분된다. 개방각녹내장은 안압 상승이 서서히 진행되며, 환자가 증상을 인식하기 어렵다. 반면 폐쇄각녹내장은 안압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심한 안통, 시력 저하, 구토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응급 질환이다. 이 경우 빠른 치료가 없으면 단시간 내 시력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즉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안압 측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야검사, 시신경 단층촬영(OCT), 전방각 검사 등 정밀 검사를 통해 시신경의 구조와 기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치료는 시신경 손상을 늦추는 데 목적이 있다. 안압을 낮추기 위한 안약치료가 가장 기본이며, 필요에 따라 레이저 치료나 수술적 치료가 시행된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섬유주절제술, 방수유출장치 삽입술 등의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치료든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점에서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활 습관 관리도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금연, 금주는 기본이며, 무거운 물건을 드는 동작이나 고개를 심하게 숙이는 자세, 엎드린 자세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 등은 삼가는 것이 좋다. 유산소 운동은 안압 조절과 혈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녹내장은 완치가 불가능한 만큼, 조기에 발견해 관리하는 것이 실명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고도근시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혹은 고혈압·당뇨 등 전신질환이 있다면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안과를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글 : 고석진 밝은신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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