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서울대병원과 KAIST 연구팀이 국내 신경발달장애 소아 환자 중 소두증을 동반한 사례의 유전적 원인을 규명하며, 유전체 기반 진단의 새 기준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로 전체 환자의 57.6%에서 유전적 원인을 밝혀냈으며, 소두증 관련 유전자 142개를 확인했다.

채종희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 윤기준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윤지훈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공동연구팀은 소두증을 동반한 신경발달장애 환자 418명과 가족 632명의 전장 엑솜 유전체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29개 유전자를 포함해 총 142개 유전자가 소두증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두증은 평균보다 머리 둘레가 작은 상태로, 뇌 발달 지연을 유발할 수 있다. 출생 시부터 머리 크기가 작은 ‘일차성’과 자라며 성장 정체가 나타나는 ‘이차성’으로 구분된다. 연구팀은 두 유형의 유전적 경로가 서로 다르다는 점도 밝혀냈다. 일차성은 DNA 손상 반응, 세포분열 등 뇌 초기 발달 경로와 관련됐고, 이차성은 시냅스 형성, Wnt/β-catenin 경로 등 후기 성숙 단계와 연관됐다.

(왼쪽부터) 채종희 서울대병원 교수, 윤기준 KAIST 교수·장현수 연구원, 윤지훈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왼쪽부터) 채종희 서울대병원 교수, 윤기준 KAIST 교수·장현수 연구원, 윤지훈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분석 결과는 유전 상담과 착상 전 진단을 통해 가족의 자녀 계획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실제로 유산과 발달장애 출산을 반복했던 한 가족이 이번 연구를 통해 ‘SMPD4 유전자 결실’을 진단받아, 유전 진단을 기반으로 자녀 계획을 이어갈 수 있었다.

또한 연구팀은 진단되지 않은 환자에서 새로운 후보 유전자 12개를 추가 발굴했으며, 이 중 RTF1과 ASAP2는 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줄기세포 유래 뇌 오가노이드 실험에서 해당 유전자 결핍이 신경 전구세포의 증식 저하를 유발함이 밝혀졌다.

채종희 교수는 “실제 머리둘레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전체 분석을 진행해 뇌 발달 유전자 네트워크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제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 오가노이드와 임상 데이터를 결합해 유의미한 과학적 성과를 낸 사례”라며, “기초의학과 임상의 융합 모델로서 확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한국연구재단, 서경배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유전체 권위 학술지 Genome Medicine(IF 11.2) 최신호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H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