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김동휘 교수 연구팀, ‘노화의 기계적 기원’ 세계 최초 입증
물리적 자극이 ‘주름’을 만들고 유전자 발현에 영향 미쳐 노화 유도

“노화는 유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포핵의 주름이 인생의 시계를 빠르게 돌린다.”
고려대학교 융합에너지공학과 김동휘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새로운 연구 결과는 노화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뒤흔든다. 연구진은 세포 외부의 물리적 자극이 세포핵막에 ‘주름’을 만들고, 이 구조 변화가 염색질 재배열과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어 노화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저명 학술지 <Advanced Science(IF 15.1)>에 5월 8일 게재됐다. 실시간 고해상도 영상과 기계역학 모델링을 통해 노화성 유전병인 조로증(HGPS) 환자의 핵막에서 프로게린 단백질이 축적되며 생기는 주름 패턴과 세포 내 반응을 분석한 결과다.
김 교수는 “세포핵은 단순한 유전자 저장소가 아니라, 생명 전체의 조율자”라고 말한다.
기존 생화학 중심의 노화 연구는 세포 내부 신호만을 중심으로 노화를 설명해왔다. 하지만 김 교수팀 연구는 ‘물리적 힘’이라는 외부 요인이 핵 구조와 기능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실제 실험 결과, 핵막 주름이 커질수록 세포 내부 장력이 약화됐고, 특정 유전자 클러스터의 발현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며 노화 표지들이 활성화됐다. 이는 구조적 변화가 단순한 부작용이 아닌, 노화를 유도하는 주체라는 강력한 증거다.
이러한 발견은 단순한 학문적 성과를 넘어, 미래 바이오 산업과 의료기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핵막 주름을 조절하거나 줄일 수 있는 물리적 자극 제어 기술은 새로운 안티에이징 솔루션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유전자 편집이 아니라 세포 구조 재설계를 통한 노화 제어라는 전혀 다른 접근법도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세포의 물리적 특성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조작할 수 있는 나노기술·바이오역학 산업 분야와의 접점은 무궁무진하다. 구조생물학, 노화의학, 유전체 공학을 잇는 새로운 융합지점에서 이 연구는 시대의 트렌드를 여는 키가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고려대, KAIST, 칭화대의 공동 연구로 진행됐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 ‘메카노지노믹스 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았다.
김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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