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혈액 투석을 받는 환자에게 동정맥루 조성술은 생명을 이어가는 데 꼭 필요한 수술이다.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말기 신부전 환자는 체내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하기 위해 주기적인 투석 치료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 바로 ‘혈관’이다.

최얼 순천향대 부천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일반적인 정맥으로는 투석이 어려워 굵고 혈류가 풍부한 ‘동정맥루’라는 투석 전용 혈관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수술이 동정맥루 조성술”이라고 설명했다.

동정맥루는 말 그대로 동맥과 정맥을 직접 연결해 혈류를 충분히 확보하는 방법이다. 초기에는 ‘경정맥 카테터’를 삽입해 임시로 투석을 시작할 수 있지만 감염 위험이 높아 장기 사용은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자는 안정적인 투석을 위해 동정맥루 수술을 받게 된다. 조성 부위는 팔이나 다리 모두 가능하지만, 주로 합병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팔을 우선 고려한다.

혈액 투석 환자의 생명을 잇는 ‘동정맥루 조성술’, 수술만큼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혈액 투석 환자의 생명을 잇는 ‘동정맥루 조성술’, 수술만큼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자가혈관과 인조혈관, 선택은 혈관 상태에 따라

수술은 초음파로 적합한 혈관을 찾은 뒤, 부분 마취 하에 피부를 절개해 동정맥을 연결한다. 방식은 환자의 혈관을 그대로 이용하는 ‘자가혈관 동정맥루’와 인조혈관을 삽입하는 ‘인조혈관 동정맥루’ 두 가지다.

자가혈관은 감염 위험이 적지만 혈관이 성숙해 사용 가능해지기까지 6~8주가 걸린다. 반면 인조혈관은 약 4주 내 사용 가능하지만 감염과 폐색 위험이 더 높다. 혈관 상태가 좋지 않으면 재수술이나 추가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보다 중요한 건 ‘혈관 관리’

동정맥루 수술은 합병증이 없다면 수술 당일 퇴원도 가능할 만큼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다. 하지만 수술 후 혈관을 잘 관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자가혈관 동정맥루는 일정 기간 혈관이 굵어지고 단단해져야 바늘을 찌를 수 있기 때문에, 손을 쥐었다 펴는 간단한 운동을 하루 5회 이상 반복하는 것이 도움된다.

수술한 팔에는 혈압 측정, 채혈, 주사 등을 삼가야 하며, 팔짱을 끼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혈관이 손상되면 과다 출혈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상적인 동정맥루는 손으로 만졌을 때 ‘윙윙’하는 진동이 느껴진다. 이 진동이 사라지거나 팔이 붓고 통증이 생긴다면 혈관 협착, 폐색, 감염 등 이상 신호일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최얼 순천향대 부천병원 혈관외과 교수
최얼 순천향대 부천병원 혈관외과 교수
◇막히거나 좁아진 혈관, 다시 열 수 있다

동정맥루는 시간이 지나면서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혈관성형술이나 혈전 제거술로 혈류를 다시 확보하거나, 필요시 새로운 동정맥루를 만들게 된다.

최얼 교수는 “동정맥루는 단순한 혈관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줄”이라며 “수술도 중요하지만 이후 꾸준한 관리가 투석 치료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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