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매년 7월 22일은 ‘세계 뇌의 날(World Brain Day)’이다. 세계신경과학회(WFN)가 뇌 건강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한 날로, 올해는 여전히 사회적 편견에 가려진 질환인 ‘뇌전증’을 조명한다. 최윤호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의 도움말로 뇌전증에 대해 알아봤다.

◇뇌전증, 어떤 질환일까?

뇌전증은 과거 '간질'로 불렸던 질환이다. 특별한 원인 없이 반복적으로 발작이 나타나는 만성 신경계 질환으로, 뇌 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으로 인해 갑작스러운 전기신호가 몰리면서 운동·감각·의식·정신 기능 등에 이상이 생긴다.

최윤호 교수는 “뇌전증은 한때 정신질환으로 오해받거나 부정적인 이미지가 컸지만, 2014년부터 공식 용어가 '뇌전증'으로 바뀌면서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선천적이라는 편견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후천적으로 생길 수 있고 꾸준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뇌전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며,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뇌전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며,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대표 증상은 ‘발작’

뇌전증의 대표 증상은 대발작이다. 전신 경련과 함께 의식을 잃고 입에 거품이 생기거나 배뇨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성인 환자 대부분은 국소 발작이 더 흔하다. 국소 발작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시작되며, 팔다리나 얼굴 일부가 씰룩거리거나 멍한 상태로 눈을 깜빡이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일부는 입맛을 다시거나 손을 반복적으로 만지는 등 무의식적인 ‘자동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진단은 어떻게?

뇌파검사로 비정상적인 뇌파가 있는지 확인하고, MRI를 통해 뇌 구조에 문제가 있는지를 본다. 특히 환자의 병력 청취가 중요하다. 발작 당시 상황, 증상, 지속 시간, 후유증 등을 보호자나 목격자의 진술과 함께 정리하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보다 정밀한 진단을 위해 수면 중 뇌파검사, 비디오 뇌파 모니터링이 시행될 수 있으며, 필요 시 유전자 검사나 면역학적 검사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최 교수는 “발작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전문의 진료가 꼭 필요하다”며 “특히 반복되거나 의식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조기 진단이 예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윤호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최윤호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치료는 약물부터, 수술까지

치료는 항경련제를 기본으로 한다. 발작이 유발 요인 없이 두 번 이상 발생하면 약물치료를 시작하며, 전체 환자의 약 70%는 약물만으로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전의 항뇌전증 약물이 개발돼 환자 상태에 맞춘 치료가 가능하다.

2년 이상 약물치료에도 발작이 계속된다면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단되고, 이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뇌 영상과 장기 뇌파 분석을 통해 병변을 찾아 절제하는 방식이다. 수술이 어렵거나 효과가 제한적인 경우에는 미주신경자극술(VNS), 뇌심부자극술(DBS), 반응성 뇌자극술(RNS) 등의 신경 자극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핵심

최윤호 교수는 “뇌전증은 삶의 여러 부분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일상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다”며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관심이 함께할 때 치료 효과도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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