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의 시대가 끝나고 답변의 시대가 왔다. 과거에는 네이버 첫 페이지에 오르면 됐다. 클릭을 유도하고, 방문자를 모으고, 상담 전화를 받으면 성공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사람들은 클릭하지 않는다. AI가 만든 답변 상자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 여기서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그 답변의 출처로 병원이 인용되고 있는가.
이것을 답변 엔진 최적화, AEO라고 부른다. 검색 엔진 최적화 SEO는 순위 올리기였다. 답변 엔진 최적화 AEO는 인용되기다. 목표 자체가 바뀌었다. 트래픽이 아니라 권위다. 병원 홈페이지 방문자가 줄어도, AI 답변 안에 “OO병원 김OO 원장에 따르면”이라는 문장이 있으면 성공이다. 환자는 클릭하지 않아도 병원 이름을 기억한다. 이것이 AI시대 마케팅이다.
여기서 책이 등장한다. AI는 아무 글이나 인용하지 않는다. 신뢰할 수 있는 출처만 선택한다. 블로그는 누구나 쓸 수 있다. 진위를 검증하기 어렵다. 하지만 책은 다르다. 출판사의 편집자가 검토했고, 사실 확인을 거쳤고, ISBN이 부여됐다. 이 차이를 AI는 정확히 안다. 같은 내용이라도 블로그 글에는 신뢰도 점수 3점, 출판된 책에는 9점을 준다. 숫자는 비유지만, 격차는 실제다.

책을 내면 구글이 움직인다. 원장 이름을 검색하면 오른쪽에 상자가 뜬다. 사진, 학력, 경력, 저서. 이것을 지식 패널이라고 한다. 구글이 “이 사람은 공인된 전문가”라고 인증하는 배지다. 한번 생기면 없어지지 않는다. 책 없이 이 패널을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책이 있으면 자동으로 생성된다. 패널이 생기면 블로그 글도, 유튜브 영상도, 신문 인터뷰도 모두 높은 평가를 받는다. 책 한 권이 모든 디지털 활동에 권위를 부여한다.
책이 만들어내는 링크는 차원이 다르다. 책을 내면 언론사에서 연락이 온다. 인터뷰를 한다. 기사가 나간다. 기사 안에 원장 이름과 병원명이 명시된다. 이 언급이 중요하다. 언론 매체는 구글이 가장 신뢰하는 출처 중 하나다. 학술 논문에 인용될 수도 있다. 대학병원 연구팀이 참고문헌에 저서를 넣는다. 이런 공식적인 인용과 언급들이 쌓이면 병원 전체의 온라인 평판이 상승한다. 책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권위들이다.
그런데 책만 쓴다고 끝이 아니다. AI가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300페이지를 AI가 통째로 읽지는 않는다. 잘게 쪼개라. 각 장을 질문으로 바꿔라. 3장 제목이 “고혈압 초기 증상”이면, 웹페이지 제목은 “고혈압 초기 증상은 무엇인가요”로 만들어라. 첫 문단에 핵심 답변을 넣어라. “고혈압 초기에는 두통, 어지러움, 목 뒤 뻐근함이 나타납니다.” 50자 안팎. 그 아래 상세 설명을 붙여라. AI는 이 구조를 좋아한다. 질문과 짧은 답변, 그리고 근거.
웹사이트 코드에 표식을 심어야 한다. “이 페이지는 질문-답변 형식입니다”, “작성자는 의사입니다”, “이 내용은 정식 출판된 책에서 나왔습니다”. 이 정보를 코드로 표시하는 것을 스키마 마크업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AI가 읽는 꼬리표다. 병원 홈페이지 제작 업체에 “FAQPage 스키마 마크업 적용해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된다. 이 작업이 없으면 AI는 일반 웹페이지로 취급한다. 이 작업을 하면 권위 있는 의료 정보로 분류한다. 차이는 인용 여부로 나타난다.
책 한 권이면 100개 콘텐츠가 나온다. 10개 장, 각 장마다 10개 소제목. 소제목 하나가 질문 하나가 된다. 중요한 문장을 뽑아 인스타그램에 올려라. 핵심 도표는 인포그래픽으로 만들어라. 유튜브 쇼츠로 만들어라. 같은 내용, 다른 형태. 단, 원칙이 있다. 모든 콘텐츠에 “출처: 김OO원장 저, ‘XXX’”를 명시하라. AI가 흩어진 조각을 모아 하나의 권위 있는 원천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장치다.
성과 측정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이제 보조 지표다. 진짜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AI 답변 상자에 병원 이름이 나오는가. 둘째, 원장 이름 검색 시 지식 패널이 뜨는가. 셋째, 환자가 “선생님 이름 검색해봤어요”라고 말하는가. 숫자로 측정하기 어렵지만 체감할 수 있다. 환자 상담 시작이 달라진다. “증상이 뭐예요”가 아니라 “선생님 글 읽고 왔어요”로 바뀐다.
개원 준비 중이라면 지금 시작하라. 간판 달기 3개월 전에 책부터 내라. 병원 문 열었을 때 이미 원장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 책 쓴 선생님 병원이 여기였네” 이 반응이 초기 환자를 만든다. 유튜브 채널 6개월 운영하는 것보다 빠르다. 영상은 알고리즘이 바뀌면 묻힌다. 책은 5년 뒤에도 검색 결과 첫 줄에 있다. 디지털 자산과 물리적 자산의 차이다.
망설이는 사이 경쟁자가 출판했다. 그 사람 이름이 AI 답변에 먼저 오른다. 선점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한번 자리 잡으면 2등이 1등을 뒤집기 어렵다. 완벽한 원고를 기다리지 마라. 70점짜리를 출판하고, 90점으로 개정하라. AI 시대에 의사가 권위를 확보하는 방법은 하나다. 책을 써라. AI가 신뢰하는 출처 목록에 이름을 올려라. 그것이 AI 시대 병원 마케팅의 정답이다.
(글 : 김국주 헬스인뉴스 아카데미 대표강사)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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