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진행되는 변화, 시신경유두함몰비 증가와 안저검사의 필요성 [윤삼영 원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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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진행되는 변화, 시신경유두함몰비 증가와 안저검사의 필요성 [윤삼영 원장 칼럼]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0-29 16:21

[Hinews 하이뉴스] 진료실을 찾는 환자분들 중에는 “검진에서 시신경유두함몰비가 높다고 하던데 녹내장인가요?”라고 묻는 분들이 많다. 이 질문은 단순히 하나의 수치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눈 건강 전반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눈은 겉으로 보기엔 건강해 보여도 시신경이나 망막 깊은 곳에서는 이미 조용히 변화를 겪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신경유두함몰비는 시신경이 눈 속으로 들어오는 부위의 가운데가 얼마나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을 말한다.

정상적으로는 약 0.3~0.45 정도이며 0.5 이상이면 증가로 평가할 수 있다. 함몰비가 커질수록 시신경 섬유의 손상이 의심되지만, 모든 증가가 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윤삼영 첫눈애안과 원장
윤삼영 첫눈애안과 원장
선천적인 해부학적 구조나 근시로 인한 형태 변화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수치보다는 안저 상태 전반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핵심이 되는 검사가 바로 안저검사다. 안저검사는 망막, 황반, 시신경유두 등 눈의 가장 깊은 부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검사로 눈 건강을 지키는 기본이자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시력이나 안압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변화를 가장 먼저 포착할 수 있으며 백내장·황반변성·녹내장 등 주요 안질환의 조기 발견에도 큰 역할을 한다.

백내장은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이 주로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백내장 뒤편에서 시신경 손상이나 황반변성이 함께 진행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백내장 수술 전 정밀 안저검사를 시행하면 시신경유두의 상태와 황반부의 건강을 미리 평가할 수 있어 수술 후 시력 회복 가능성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단순히 혼탁만 제거한다고 해서 시야가 맑아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황반변성은 중심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으로 조기 발견이 예후를 결정짓는다. 안저검사는 황반부의 미세한 변화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검사 중 하나로 건성 황반변성이 악화하기 전 단계에서 이상을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시신경유두함몰비가 커진 환자 중 일부에서는 황반부 변화가 함께 나타나기도 해 시신경과 망막을 함께 살피는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며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으로 안압이 높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다.

조용히 진행되기 때문에 자각 증상이 거의 없고 시야결손이 생겼을 때는 이미 시신경의 상당 부분이 손상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즉, 시신경유두의 형태와 함몰 깊이, 주변 혈관 구조 등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저검사를 통해 이러한 변화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면 시신경 손상의 진행 여부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

시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다. 따라서 ‘시신경유두함몰비 증가’라는 표현은 단순한 검사 결과가 아니라 눈이 우리에게 보내는 조용한 경고에 가깝다.

특히 40세 이후 중장년층 가족 중 녹내장이나 황반변성 병력이 있는 경우, 근시가 심하거나 당뇨·고혈압이 있는 분이라면 정기적인 안저검사를 권장한다.

검사 자체는 통증이 없고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지만,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결코 작지 않다.

눈의 변화는 서서히 그러나 돌이킬 수 없게 다가온다. 이때 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변화의 흐름’을 관찰하는 것이다.

정기적인 안저검사와 의료진의 진단을 통해 눈의 깊은 곳에서 시작되는 미세한 신호를 놓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시력을 오래 지킬 수 있다.

‘시신경유두함몰비 증가’라는 말을 두려워하기보다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내 눈의 변화를 꾸준히 살피는 것이 진정한 예방이다.

(글 : 윤삼영 첫눈애안과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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