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전립선암은 이제 우리나라 남성에게도 낯선 병이 아니다. 과거에는 서양인에게 흔한 암으로 알려졌지만, 식습관의 서구화와 고령화로 인해 국내에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50세 이후 남성에게서 그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으며, 최근 통계에 따르면 남성 암 발생률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됐다.

문제는 전립선암이 초기에 거의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소변 줄기가 약해지거나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은 전립선비대증에서도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단순한 노화로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증상 뒤에는 암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면 치료가 복잡해지고, 생존율도 떨어진다. 그래서 증상이 없을 때 미리 검사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립선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기본 검사는 PSA(전립선 특이항원) 혈액검사다. 피 한 방울로 전립선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의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수치가 정상보다 높다면 전립선에 염증이나 비대증, 혹은 암이 존재할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하지만 PSA가 높다고 모두 암은 아니다. 따라서 PSA 상승이 확인되면 추가적인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길 건 유웰비뇨의학과 원장
길 건 유웰비뇨의학과 원장
그다음 단계로 중요한 검사가 전립선 MRI(자기공명영상)다. MRI는 전립선의 구조와 주변 조직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검사로, 혹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크기와 형태는 어떤지, 주변으로 침범했는지 등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예전에는 PSA 수치가 높으면 바로 조직검사를 시행했지만, 요즘은 MRI를 통해 병변의 위치를 먼저 확인한 뒤 필요한 부위만 정확히 검사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이렇게 하면 불필요한 통증과 합병증을 줄이면서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영상 기술이 더 발전하면서 전립선 MRI-융합 표적 조직검사(MRI-Ultrasound Fusion Target Biopsy)가 주목받고 있다. MRI에서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 초음파 영상과 컴퓨터상에서 겹쳐서(‘융합’시켜서) 병변 부위를 정밀하게 찾아내는 방식이다.

기존의 초음파 단독 조직검사는 암이 있을 가능성이 낮은 부위까지 무작위로 10~12곳을 찔러야 했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었다. 반면 MRI-융합 조직검사는 MRI로 확인된 ‘의심 부위’를 초음파 영상 위에 실시간으로 표시해, 그 부분을 직접 채취할 수 있다.

또한 MRI-융합 표적 조직검사를 통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병변만 선택적으로 채취할 수 있어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진단 과정을 제공할 수 있다.

즉, MRI가 지도 역할을 하고 초음파가 길잡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융합 검사를 통해 불필요한 바늘 찌름 횟수를 줄이면서도 암 발견률은 훨씬 높아졌다. 특히 기존 검사에서 암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PSA가 계속 높게 나오는 환자에게서 큰 도움이 된다. 진단 정확도가 높아진 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조직검사는 전립선암을 최종적으로 확진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국소마취 후 가느다란 바늘로 전립선 조직을 여러 부위에서 채취해 현미경으로 확인한다. 검사 과정이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대부분 안전하며, 당일 귀가가 가능하다. MRI-융합 조직검사를 활용하면 통증과 합병증 위험을 줄이면서 필요한 정보만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다.

조기에 발견된 전립선암은 완치 가능하다. 수술, 방사선치료, 호르몬치료, 혹은 적극적 감시(Active Surveillance) 등의 방법을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종양의 크기가 작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다면 완치율이 90% 이상이다. 반면, 암이 뼈나 림프절로 퍼진 뒤에야 발견되면 치료가 어려워지고, 생존율도 낮아진다. 결국 전립선암은 조기검진이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전립선암은 예방이 쉽지 않지만, 조기 발견은 충분히 가능하다. 50세 이상 남성이라면 매년 PSA 검사를 정기검진에 포함하는 것이 좋고, 가족 중 전립선암 병력이 있다면 45세부터 검사를 시작해야 한다. 간단한 혈액검사와 정밀한 영상검사, 그리고 필요한 경우 MRI-융합 조직검사까지 이어지는 정확한 진단 체계를 갖추면, 조기 발견은 물론 치료 후 삶의 질까지 지킬 수 있다.

건강은 미리 대비하는 습관에서 시작된다.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지 말고, 정기적인 검진으로 내 몸을 점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조기검진은 불안감을 줄이고, 더 건강한 노년을 위한 가장 확실한 보험이다.

(글 : 길 건 유웰비뇨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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