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단 4.5시간..." 생사를 가르는 결정적 순간

건강·질병 > 질병/의학

"뇌졸중, 단 4.5시간..." 생사를 가르는 결정적 순간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0-29 09:00

[Hinews 하이뉴스]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기구(WSO)가 지정한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뇌졸중은 예고 없이 찾아와 몇 분 만에 뇌 기능을 무너뜨리는 질환이다. 막힌 혈관이나 터진 혈관으로 인해 산소 공급이 끊기면, 단 몇 분 사이 수많은 뇌세포가 손상된다.

2024년 기준으로 뇌졸중은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4위를 차지했다. 매년 약 2만 명이 이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다. 환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0만7862명이던 뇌졸중 환자가 2024년에는 65만3275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김태원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으로, 증상 발생 후 3~4.5시간 이내에 치료가 시작돼야 생존율과 회복률이 크게 높아진다”며 “시간이 곧 생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뇌졸중의 예후를 결정짓는 것은 환자의 나이도, 병의 종류도 아닌 ‘골든타임 4.5시간’이다. 그 시간을 지키느냐 놓치느냐가 생존과 회복의 경계를 가른다.

뇌졸중은 단 4.5시간 안에 치료가 시작돼야 생명과 회복이 갈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뇌졸중은 단 4.5시간 안에 치료가 시작돼야 생명과 회복이 갈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잠깐의 어눌함, 순간의 마비.. 뇌가 보내는 경고다


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로 나뉜다. 전체 환자의 약 80%는 뇌경색이다. 이 질환은 주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비만 등 만성 질환이 누적되면서 발생한다.

요즘처럼 아침과 밤의 기온 차가 큰 계절에는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급상승해 발병 위험이 더 커진다.

대표적인 전조 증상은 얼굴이나 팔·다리의 한쪽이 마비되거나 감각이 떨어지는 편마비, 발음이 어눌하거나 말을 잘 못하는 언어장애, 시야가 흐리거나 물체가 겹쳐 보이는 시야 이상,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이나 균형 장애 등이다.

이러한 증상은 몇 분 만에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증상이 없어졌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 뇌혈관 손상이 이미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태원 교수는 “뇌졸중 증상은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듯 보여도 이미 뇌혈관의 손상이 시작된 경우가 많다”며 “가볍게 넘기면 수일 내에 큰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일시적인 증상이라도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일시적 허혈 발작(TIA)’이라 불리는 증상은 뇌졸중의 전조 신호다. 이때 바로 병원을 찾으면 큰 뇌경색을 예방할 수 있다. 결국, ‘잠깐의 이상’이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

◇4.5시간 안의 결정, 치료의 승패를 바꾼다

뇌졸중은 치료 시점에 따라 결과가 극명히 달라진다.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면 혈전을 녹이는 정맥 내 혈전용해제(tPA) 치료가 가능하다. 이 약물은 막힌 혈관을 녹여 혈류를 회복시키며, 가능한 한 빠를수록 효과가 높다.

하지만 이 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면 약물치료가 불가능해지고, 그때부터는 기계적 혈전제거술이 주요 치료법으로 사용된다. 이는 혈관 속으로 가느다란 관을 넣어 직접 혈전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허벅지 혈관을 통해 미세 기구를 삽입하는 혈관 내 치료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1mm 이하의 미세 도구를 이용해 막힌 부위를 제거하거나 출혈 부위를 막는 방식으로, 기존 수술보다 회복이 빠르고 합병증 위험도 낮다.

김태원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
김태원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
김태원 교수는 “최근에는 환자의 상태와 병변 부위에 따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치료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시간”이라며 “증상 발생 즉시 119를 통해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치료 기술의 발전보다 중요한 건 ‘신속한 인식과 행동’이다. 가족이나 주변인이 증상을 인지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바로 119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응급 대처법이다.

◇예방은 일상의 관리에서 시작된다

뇌졸중은 철저한 관리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가 기본이다. 세 수치 중 하나라도 높으면 혈관이 손상되기 쉽고, 작은 혈전이 쉽게 생긴다.

특히 고혈압은 뇌졸중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연구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이 10mmHg 낮아질 때마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약 30% 감소한다.

생활 습관의 변화도 필수다. 금연과 절주, 짠 음식 줄이기, 신선한 채소와 과일 섭취, 주 3회 이상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은 혈관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규칙적인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역시 뇌혈류 순환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김태원 교수는 “뇌졸중 예방은 특별한 비결이 아니라 평소의 생활습관 관리에서 시작된다”며 “규칙적인 운동과 절주, 혈압·혈당 관리만으로도 발병 위험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혜정 기자

press@hinews.co.kr

<저작권자 © 하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
모바일화면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