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 매년 복용 필요 없어, 가을 항문 건강 챙기는 방법은
그러나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위생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식생활도 바뀌면서 과거처럼 대규모 기생충 감염 사례는 드물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을에는 구충제를 꼭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정말 지금도 구충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해야 할까?

◇ 구충제 복용의 필요성,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을까?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기생충 감염률은 매우 높았다. 1970년대 조사에서는 국민 절반 이상이 회충란에 양성 반응을 보였고 따라서 봄·가을마다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생활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후 위생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화학 비료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2012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회충란 양성률은 0.025%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매년 구충제를 반드시 복용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구충제의 반감기가 8~12시간에 불과해 예방 효과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의사의 처방 없이 습관적으로 구충제를 먹는 행위는 불필요한 건강 행동일 뿐이라는 것이다.
◇ 그럼에도 구충제가 필요한 경우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에게 구충제가 필수는 아니지만 생활 습관이나 환경에 따라 복용이 권장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날생선이나 날고기를 즐겨 먹는 사람은 기생충 감염 위험이 높다. 회, 육회, 생간 등을 통해 기생충이 체내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기농 식품을 자주 섭취하는 경우에도 토양 속 기생충 알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도 주의가 필요하다. 반려견이나 고양이가 기생충 알을 옮길 수 있어 가족 모두가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동남아시아 등 기생충 감염률이 높은 지역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우에는 예방 차원에서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항문 간지러움'의 원인 평소 잘 파악해야
가을철이 되면 기온이 낮아지고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피부가 쉽게 민감해진다. 특히 항문 주변은 땀과 피지 분비가 적고 속옷과 마찰이 잦아 자극을 받기 쉬운 부위다. 이 시기에 항문이 가렵다면 다양한 원인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항문과 가장 밀접한 기생충은 요충이다. 요충에 감염되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항문 주위 심한 가려움증이다. 요충은 밤 동안 항문 밖으로 나와 알을 낳는데, 밤에 더 심한 가려움이 느껴진다면 요충 감염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항문 주위 습진, 치질, 항문 균열 등의 항문 질환이 가려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증상이 반복되거나 악화된다면 자가 치료를 하기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오하은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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