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78.4%로, 20년 전보다 무려 2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조기 검진 확대와 치료 기술의 발달이 만들어낸 변화다.
하지만 이 수치에는 ‘그림자’가 있다. 전체 환자 중 약 10%는 진단 당시 이미 수술이 어려운 4기 상태로 확인되며, 이 경우 생존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위암은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놓치면 예후가 급격히 나빠지는 질환이다.
◇증상 없어 놓치기 쉽고, 진행되면 예후 불량
위암 초기 환자의 80% 이상은 별다른 증상이 없다. 속쓰림이나 소화불량이 있더라도 위염이나 위궤양과 구분하기 어려워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병기가 3~4기로 진행된 후에야 구토, 복부 팽만감, 체중 감소, 식욕 저하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출혈이 생기면 검은 변이나 토혈, 빈혈로 이어지기도 한다.
위암 발생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짠 음식, 흡연, 음주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위암 위험이 2~3배 높아지며, 짠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발암물질이 생성돼 위벽 손상이 누적된다. 소금 섭취량이 많은 한국인의 식습관은 위암 위험을 키운다.
음식이 탈 때 생기는 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헤테로사이클릭아민도 위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 흡연·음주는 약 2배, 가족력은 2배 이상 위암 발생률을 높인다.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률이 약 2배 높으며, 여성의 경우 특정 형태의 위암이 많아 여성 호르몬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초기엔 내시경 치료 가능, 대부분은 위 절제 필요
암이 점막층에 국한돼 있고 크기가 작다면 내시경 점막하절제술(ESD)로 절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체 환자의 80%는 수술이 필요한 단계에서 진단되며, 이 경우 위 절제술과 림프절 절제술이 기본 치료다.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회복이 빠르고 통증이 적어 초기 위암뿐 아니라 일부 진행성 위암에서도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로봇 수술도 도입되며 합병증을 줄이고 수술 정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복막 전이되면 생존율 급락... 복강 내 항암요법이 대안
복막 전이는 위암 4기 환자의 약 40%에서 발생하며, 생존 기간은 2~9개월로 짧다. 암세포가 위벽이나 림프절을 뚫고 나와 복강으로 퍼지면서 발생하고, 장폐색, 복수, 소화장애, 통증, 황달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복막 전이는 기존 전신 항암치료만으로는 약물 농도가 낮아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이에 최근에는 복강 내 항암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서원준 고려대 구로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복막 전이 위암은 기존 항암제로는 치료 효과에 한계가 있었다. 복강 내에 항암제를 직접 투여하는 방식은 이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다”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위암팀의 최근 연구에서는 복강 내 항암요법과 전신 항암제를 병용한 치료로 6개월 무진행 생존율이 82.6%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전신 항암치료의 생존율(30%) 대비 2.7배 높은 수치다. 현재 이 치료법은 국내 다기관 3상 임상이 진행 중이며, 국제 학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위암은 40대 이하 젊은 환자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국가 암검진은 40세 이상부터 적용돼 젊은 층에서는 조기 발견 기회를 놓치기 쉽다.
서 교수는 “젊은 층은 자신의 증상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늦어진다. 단순한 복통이나 체중 감소도 무시하지 말고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40세 이전이라도 검진을 시작해야 한다. 조기 발견되면 전이 없이 치료가 가능하고 완치율도 높아진다.
◇짜게 먹지 말고, 정기 검진이 최선의 예방법
위암을 예방하는 특별한 묘책은 없다. 결국 생활 습관 개선과 조기 검진이 핵심이다.
짠 음식과 탄 음식은 피하고, 채소·과일 섭취를 늘려야 한다. 흡연과 음주는 줄이고,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도 확인해 치료하는 것이 좋다.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정기적인 위 내시경 검사다. 특히 위험 요인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내시경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press@hi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