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특발성 폐섬유증(IPF, Idiopathic Pulmonary Fibrosis)은 폐가 점점 굳어가며 숨 쉬는 일조차 힘들어지는 병이다. 폐 조직의 탄성이 줄고 산소 교환이 어려워지면서, 일상적인 호흡마저 부담이 된다. 이 질환은 대표적인 간질성 폐질환(Interstitial Lung Disease, ILD) 중 하나로, 특히 그중에서도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는 형태를 ‘특발성’이라 부른다.

간질성 폐질환은 200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며, 직업적 분진, 약물, 자가면역질환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IPF는 이름 그대로 뚜렷한 이유 없이 진행되는 병이다. 우리나라에선 2000명 중 1명꼴로 보고되지만, 고령화와 함께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 중이다. 특히 60대 이상, 흡연력 있는 사람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기침과 숨참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폐섬유증을 의심해 조기 진단받는 것이 생존을 좌우한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기침과 숨참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폐섬유증을 의심해 조기 진단받는 것이 생존을 좌우한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감기인가 싶다가, 병은 이미 진행 중


초기 증상은 매우 평범하다. 마른기침과 숨 가쁨. 이런 증상은 감기나 천식, 기관지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겹쳐 보여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하지만 IPF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폐를 굳게 만든다. 병이 진행되면 걷기만 해도 숨이 차고, 손끝이 둥글게 변하는 ‘곤봉지(clubbing finger)’가 나타나기도 한다. 심해지면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결국 산소 치료에 의존하게 된다.

조기 발견이 관건이다. 일반 흉부 X선으로는 놓칠 수 있어, 고해상도 흉부 CT를 통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폐 기능 검사나 조직검사를 함께 시행해 병의 진행 속도를 확인하게 된다. 또 청진 시 폐 하부에서 ‘바스락’거리는 특유의 수포음이 들릴 수 있어 의심해볼 만한 단서가 된다.

◇치료는 늦출 수 있지만, 되돌릴 수는 없다

아직 폐섬유화를 완전히 되돌릴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그러나 병의 속도를 늦추고 급성 악화를 줄이기 위한 항섬유화제(피르페니돈, 닌테다닙) 등이 치료에 활용된다. 일부 환자에겐 폐이식이 유일한 근본 치료법이 될 수도 있다.

과거엔 평균 생존 기간이 3~5년에 불과했지만, 약물 치료와 조기 진단, 적극적인 관리 덕분에 이제는 장기 관리가 가능한 환자도 늘고 있다. 약물 외에도 산소 치료, 호흡 재활 치료가 병행된다. 특히 호흡 재활은 폐 기능 자체를 회복하진 못해도, 일상생활 수행 능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생활 습관 관리도 필수다. 무엇보다 금연은 기본, 미세먼지·화학물질 같은 호흡기 유해 환경을 피해야 한다. 또 폐렴구균, 독감 예방접종을 통해 감염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감염은 병을 단숨에 악화시킬 수 있다.

김경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
김경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
가벼운 유산소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휴식도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기적인 검진과 추적 관찰이다. 폐가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게, 결국 삶의 질을 지키는 길이다.

김경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희귀질환이지만, 이제는 결코 드물다고만 보긴 어렵다. 초기에 놓치기 쉬운 만큼, 기침이 계속되거나 숨이 가쁘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예방이 어렵다면 조기 발견이 곧 최고의 방어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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