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지 못했더니 월세가 됐다…전세마저 밀려나는 서울의 주거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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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지 못했더니 월세가 됐다…전세마저 밀려나는 서울의 주거 현실

오하은 기자

기사입력 : 2026-10-22 23:20

[Hinews 하이뉴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미룬 사람들에게 주택가격만큼 부담스러운 문제가 전월세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집을 사기에는 매매가격이 높고 대출을 받아도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세를 구하려던 세입자들은 줄어드는 전세 매물과 높아지는 보증금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면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주거비가 늘어난다. 집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의 부담이 매매시장에만 머물지 않는 이유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는 월세가 전세를 앞서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연합뉴스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6년 1~9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8만7740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의 51.0%를 차지했다. 전세 거래는 8만4287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월세 비중이 43.7%였던 것과 비교하면 7.3%포인트 높아졌다. 월세 거래량 자체는 전년 동기보다 2.8% 줄었지만 전세 거래량이 27.5% 감소하면서 월세가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미룬 사람들에게 주택가격만큼 부담스러운 문제가 전월세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집을 사기에는 매매가격이 높고 대출을 받아도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세를 구하려던 세입자들은 줄어드는 전세 매물과 높아지는 보증금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미룬 사람들에게 주택가격만큼 부담스러운 문제가 전월세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집을 사기에는 매매가격이 높고 대출을 받아도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세를 구하려던 세입자들은 줄어드는 전세 매물과 높아지는 보증금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월세 비중이 높아진 배경을 월세 수요 증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세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주거 형태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는 보증금으로 큰돈을 맡기는 대신 매달 내는 임대료를 줄일 수 있는 방식이지만,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이 어려워지거나 집주인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면 세입자는 다른 선택지를 찾아야 한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하면 시장에 새로 나오는 전세 물건은 줄어들 수 있고,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는 경우에도 신규 전세 공급은 감소한다.

이 같은 변화는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 1~9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보다 많았던 곳은 13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곳에서 크게 늘었다. 강남구와 마포구, 용산구 등 주요 지역뿐 아니라 중랑구와 동대문구 등에서도 월세 비중이 전세를 넘어섰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026년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6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144만3000원보다 21만8000원 상승했다. 중위 월세도 12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올랐다.

월세가 늘어나는 현상은 무주택 가구의 자산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세는 보증금이 계약 종료 후 반환되는 구조여서 자금이 묶이더라도 주거비 지출을 일정 부분 관리할 수 있지만, 월세는 매달 소득에서 일정 금액이 빠져나간다. 월세 지출이 커지면 저축이나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 마련에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 수 있다. 주택을 구입할 자금을 모으기 위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가구가 월세 부담 때문에 저축을 늦추게 된다면, 매매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시점도 뒤로 밀릴 수 있다.
전세 보증금 부담은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할 때도 문제가 된다. 연합뉴스가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를 분석해 2026년 9월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3662만원으로 2년 전보다 8268만원, 14.9% 상승했다. 송파구의 평균 전셋값은 같은 기간 24.3% 올랐다. 2년 전 계약한 세입자가 같은 지역에서 전세를 이어가려 해도 상당한 추가 자금이 필요해진 셈이다.

보증금을 올려줄 여력이 부족한 세입자는 더 작은 집으로 옮기거나 직장과 멀리 떨어진 지역을 찾아야 할 수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는 방법도 있지만, 월세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매달 지출을 줄이기 어렵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와 직장, 돌봄 시설을 고려해 거주지를 정한 가구라면 이사에 따른 비용과 생활환경 변화까지 감수해야 한다. 주택가격 상승은 집을 사려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지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는 통계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월세 거래가 늘어난 원인에는 1인 가구 증가와 전세사기 이후 전세를 꺼리는 분위기, 전세자금대출 여건 변화, 임대인의 실거주 전환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전세가 줄어드는 동안 월세 가격까지 오르면 임차인이 선택할 수 있는 주거 형태는 좁아지고, 매달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6년 10월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전세 계약 감소와 월세 계약 증가 현상을 언급하며 “이 변화가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전세의 월세화가 1인 가구 증가와 전세사기 여파 등에 따른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하고 청년 월세 지원 확대와 주택 공급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의 지원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월세 지원 대상과 금액뿐 아니라 임대차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의 양과 가격도 함께 살펴야 한다. 월세 일부를 지원받더라도 임대료가 계속 오르면 가구가 부담하는 주거비는 줄어들기 어렵다. 전세 공급을 늘리고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는 한편, 임차인이 소득에 맞는 주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공급 유형과 지역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임대차 시장의 흐름과 관련해 “높은 전세대출 이자 부담과 수도권 전셋값 오름세로 인해 전세의 월세 전환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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