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마주할 때, 의사의 손에는 청진기가 들려 있고, 모니터에는 AI 진단 보조 시스템이 떠 있다. 이제 의료진에게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AI가 진단을 돕고 치료 계획까지 제시할 수 있다면, 환자는 왜 여전히 '사람 의사'를 찾을까?

답은 명확하다. 기술은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지만, 환자가 진짜 원하는 것은 ‘이해받는 느낌’이다. AI 시대의 퍼스널 브랜딩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의료진이 “환자분의 CT 소견상 L4~L5 디스크 탈출이 관찰됩니다”라고 설명할 때, 환자는 그 내용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의료진에게는 명확한 진단명이지만, 환자에게는 여전히 암호 같은 말일 뿐이다. 이때 AI는 환자와 의사의 간극을 좁혀주는 '통역사'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AI에게 “허리디스크 탈출증을 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 비유를 사용해 설명해달라”고 요청하면 AI는 이렇게 답한다. “허리뼈 사이의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가 압력을 받아 뒤로 밀려나온 상태입니다. 마치 햄버거에서 패티가 옆으로 삐져나온 것과 비슷합니다. 이 튀어나온 부분이 신경을 눌러서 다리까지 저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성된 설명은 환자 교육 자료나 블로그 콘텐츠로 쉽게 전환할 수 있다. 중요한 건,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의 임상 경험과 환자별 특성을 반영해 ‘개인화’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은 곧 “복잡한 의학 지식을 환자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소통의 전문가”라는 브랜딩으로 이어진다.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할 때 의사에 대한 신뢰는 높아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재방문율과 만족도로 연결된다.

AI 음성 인식 시스템으로 진료 기록을 자동화하고, 반복적인 안내문을 AI로 생성하는 일은 단순한 효율 향상을 넘어선다. 핵심은 그로 인해 확보한 시간을 어디에 사용할 수 있느냐다. 예를 들어, 환자와의 대화 시간을 기존 5분에서 10분으로 늘릴 수 있고, 환자별 맞춤 설명을 위한 여유도 생긴다. 치료 후 경과 확인 전화를 하거나, SNS를 통해 건강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브랜딩을 경험한 환자들은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조사에 따르면, 최신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환자 중심 진료를 실천하는 의사에 대한 신뢰도는 그렇지 않은 의사보다 42% 더 높게 나타났다.

퍼스널 브랜딩에서 콘텐츠는 핵심 자산이다. AI를 활용하면 콘텐츠 제작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동시에, 품질을 높일 수 있다. 효과적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조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환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분석해 주제를 선정하고, AI로 개요와 초안을 생성한다. 이후 최신 연구 결과와 실제 진료 경험을 반영해 전문성을 더하고, 자신만의 시각과 사례를 추가해 차별화한다. 마지막으로 의학적 정확성을 점검하고 수정을 거치면 된다.

환자들에게 반응이 좋은 주제로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 AI 시뮬레이션으로 미리 보는 수술 결과”, “AI가 분석한 내 수면 패턴, 의사가 해석하는 건강 신호”, “유방암 조기 발견: AI 판독과 의사 진단이 만나는 순간” 등이 있다. AI와 의사의 협업 구조를 부각시키는 주제는 브랜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다만, AI 콘텐츠에는 법적 주의도 필요하다. 의료법에 따라 ‘100% 완치’, ‘부작용 없음’ 같은 표현은 사용할 수 없다. 성공률 같은 수치는 반드시 신뢰 가능한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해야 하며, AI가 생성한 콘텐츠임을 명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환자 사례는 철저히 익명화해야 한다.

필립스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진의 86%는 AI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환자는 60%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 26%포인트의 신뢰 격차는 AI 시대 퍼스널 브랜딩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환자와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AI 진단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제가 AI 결과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최종 치료 결정은 제가 내립니다”라는 식의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이며, 판단은 의료진이 내린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해야 한다. AI의 한계와 장점은 솔직하게 공유하고, 의료진만의 고유한 판단력과 인간적 감수성을 드러내는 것이 핵심이다.

김국주 헬스인뉴스 아카데미 대표강사
김국주 헬스인뉴스 아카데미 대표강사
환자들의 우려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AI 사용에 대한 불안감이나 궁금증을 귀 기울여 듣고, 실제 진료 과정에서 피드백을 반영하는 것이 신뢰를 구축하는 지름길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잘 쓰는 의사’보다 ‘윤리적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의사’로 자신을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AI의 판단 과정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환자의 데이터를 어떻게 보호하고 활용하는지 원칙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기술 도입의 목적이 환자의 이익이라는 점도 일관되게 강조해야 한다.

결국 AI 시대의 퍼스널 브랜딩은 기술에 대한 맹목적 수용도, 무조건적 거부도 아닌 ‘현명한 활용’에 달려 있다. AI는 의료진이 더 나은 의사가 되기 위한 도구이며, 목표는 언제나 ‘더 나은 의료 서비스’다.

진정한 AI 시대의 명의는, 첨단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되, 그 중심에 ‘환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놓는 의료진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치, 즉 환자의 마음을 읽고 위로하며 치료 여정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역할은 더욱 소중해진다.

AI를 잘 활용하는 의사로 남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이 의사는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이것이 바로 AI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의료진 브랜딩의 핵심이다.

(글 : 김국주 헬스인뉴스 아카데미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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