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의료 마케팅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이런 고민을 가진 의료진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병원 브랜딩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단순히 ‘있으면 좋은 것’에서 ‘없으면 안 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병의원과 함께 일하며 발견한 놀라운 패턴이 있다. 브랜딩에 성공한 의료진들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모두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점이다. 학계 출신의 권위를 바탕으로 한 의사, 지속적인 온라인 활동으로 인지도를 쌓은 의사, 미디어 노출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한 의사까지 경로는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모든 성공 사례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자신만의 명확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공한 의료진들은 같은 질환을 다뤄도 접근법이 달랐고, 환자를 대하는 철학이 뚜렷했다. 그리고 그 관점을 일관되게 표현해 왔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처음부터 브랜딩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만의 의료 철학을 명확히 하고, 그것을 진정성 있게 실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형성된 것이다.

김국주 헬스인뉴스 아카데미 대표강사
김국주 헬스인뉴스 아카데미 대표강사
반면, 요즘 브랜딩에 뛰어드는 젊은 의료진들은 순서가 뒤바뀌어 있다. 자신만의 의료 철학이나 핵심 메시지를 정립하기보다는 영상 플랫폼부터 시작하거나, 소셜미디어 계정을 멋지게 꾸미는 것에 집중한다. 트렌디한 명칭의 특화 시술을 개발하고 상표권을 확보하면 브랜딩이 완성될 것이라고 착각한다. 이는 집을 지을 때 기초공사 없이 인테리어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다. 겉보기에는 화려할 수 있지만, 오래갈 수 없다.

많은 의료진이 디지털 변화를 부담스러워하지만, 오히려 개인 브랜딩에는 전례 없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과거에는 대학병원 교수나 유명 의료진만이 대중적 인지도를 가질 수 있었다. 방송 출연이나 언론 기고의 기회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자신만의 채널을 통해 직접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

정보 접근이 쉬워지면서 환자들의 기대 수준도 높아졌다. 단순히 질병을 치료해 주는 의사가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명확하게 설명해 주며, 치료 과정에서 안심시켜 줄 수 있는 의료진을 찾고 있다. 온라인에 의료 정보가 넘쳐나면서 환자들은 “정확한 정보”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해석”을 원한다. 같은 질환이라도 어떤 의사가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만족도가 크게 달라진다.

특히, AI와 디지털 도구들이 브랜딩 구축의 진입 장벽을 낮춰 주고 있다. 과거에는 의료진이 일반인을 위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 복잡한 의학 용어를 쉽게 풀어쓰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도구의 도움을 받아 아이디어 정리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효과적인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서는 다섯 가지 핵심 요소를 이해해야 한다. 첫째, 전문성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전문성은 단순히 의학적 지식이 아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독특한 관점이나 접근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정형외과 의사라도 ‘운동선수 특화’, ‘고령 환자 중심’, ‘비수술적 치료 선호’ 등 자신만의 포지셔닝을 가져야 한다.

둘째, 일관성이다. 진료실에서의 모습, 온라인에서의 활동, 학회에서의 발표까지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메시지와 태도를 보여야 한다. 환자들은 의외로 예민하게 이런 일관성을 감지한다.

셋째, 진정성이다. 가짜 브랜딩은 금세 들통난다. 자신이 정말 믿고 실천하는 것들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유행을 따라 급조한 브랜드는 오래가지 못한다.

넷째, 소통 능력이다. 아무리 뛰어난 전문성을 가져도 그것을 환자나 대중이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복잡한 의학 정보를 쉽고 친근하게 설명하는 능력이 브랜딩의 핵심이다.

다섯째, 차별화다. 다른 의료진과 무엇이 다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특별한 기술이나 치료법일 수도 있고, 환자를 대하는 특별한 방식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색깔'을 갖는 것이다.

“개원 3개월 전부터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하면 될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퍼스널 브랜딩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봉직의 시절이야말로 브랜딩 구축의 최적기다. 안정된 환경에서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수 있고, 이 시기에 형성된 브랜드는 개원 후 마케팅 비용을 크게 절감시켜준다.

실제로 원장의 퍼스널 브랜딩이 강한 병원들은 매출 대비 마케팅 비용이 현저히 낮다. 환자들이 이미 그 의사의 치료 철학과 접근법을 알고 신뢰하는 상태에서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더 좋은 환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실행 방법으로는 자신에게 맞는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글쓰기를 좋아한다면 블로그를, 말하기를 좋아한다면 유튜브를, 사진이나 시각적 콘텐츠에 관심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특정 분야에서 매주 1건 이상의 콘텐츠를 본인만의 고유한 관점으로 1년 이상 꾸준히 올린다면 자연스럽게 퍼스널 브랜드가 형성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인터넷에 흔한 질환 설명이나 치료법 나열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유한 관점이 없는 콘텐츠는 아무런 매력이 없다. 대신 자신만의 경험담, 환자를 대하는 철학, 의료계에 대한 생각 등을 담아내야 한다.

브랜딩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더 많은 환자를 만나기 위한 것도, 유명해지기 위한 것도 아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의료를 실현하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고, 그것이 결국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디지털 시대는 이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시작할 시점이다.

(글 : 김국주 헬스인뉴스 아카데미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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