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혈당 불균형이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워치, 연속혈당측정기(CGM), AI 기반 헬스케어 디바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혈당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나의 혈당 상태’를 수치로 관리하는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이처럼 데이터 기반 관리가 보편화되고 있음에도, 혈당 불안정이나 당뇨 위험군이 꾸준히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혈당을 재는 것’과 ‘혈당을 조절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면은 인체의 대사와 호르몬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증가해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혈당이 상승하게 된다. 또한 깊은 수면 단계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지방 대사와 근육 회복에 관여하는데 수면의 질이 낮아지면 이 호르몬 분비도 억제돼 대사 효율이 떨어진다. 즉, 불규칙한 수면은 단순한 피로 누적이 아니라, 인체의 혈당 리듬을 깨뜨리는 주요 요인이 된다.
최주리 창덕궁한의원 대표원장
AI 헬스케어 기기들은 체내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닌다. 예를 들어 연속혈당측정기(CGM)는 24시간 동안 혈당 변동 패턴을 추적하며 식습관, 스트레스, 수면 등의 영향을 수치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처럼 데이터를 ‘보는 것’과 그것을 ‘관리하는 것’은 다르다. 디바이스는 혈당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지만, 그 원인을 분석하거나 체질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수치 확인’에만 집중한 나머지, 이후 어떤 음식을 피하고 어떤 수면 리듬을 회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활용 단계를 놓친다. 일부는 혈당스파이크를 피하기 위해 단백질, 육식위주의 식단을 하다가 도리어 이상지질혈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결국 디바이스는 건강 관리의 출발점일 뿐, 그 데이터를 해석하고 생활 속에 적용하는 것은 전문가의 역할이다.
한의학에서는 혈당 불균형을 단순히 ‘당이 높은 상태’로 보지 않는다. 비위(脾胃)의 기능 항진, 간(肝)의 기혈울체(鬱滯), 신(腎)의 기운 약화 등 체질과 장부의 불균형이 혈당 조절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본다. 특히 수면 부족은 간혈(肝血)을 소모시키고 비기(脾氣)를 손상시켜 소화기능과 대사 리듬이 함께 흐트러진다. 즉,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혈당을 안정시키는 ‘내부 회복 시스템’으로 작용한다. 수면과 혈당은 별개의 기능처럼 보이지만, 인체 내부에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리듬으로 연결되어 있다.
식치는 약이 아닌 음식과 한약재와 같은 ‘천연물’을 통해 질병의 원인을 다스리는 한의학적 치료법이다. 혈당 불균형과 수면장애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 체질과 장부 상태를 고려한 식치가 근본적인 회복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열이 많아 불면과 갈증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치자, 황금, 맥문동 등의 한방 유래 식재료로 체내 열을 내려주고, 반대로 한기가 많아 소화가 약하고 피로감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황기, 인삼, 대추, 생강 등을 이용해 비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운을 보강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내 몸에 맞는 약용작물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이다. 체질에 맞지 않는 식재료는 오히려 간과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료진과 진단과 상담을 통해 선택해야 한다. 홈쇼핑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는 홍삼이나 흑염소를 복용하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일이 늘어나는 이유이다. 한의사의 체질 분석과 맥진, 설진 등을 통해 나에게 맞는 식치 처방을 받는 것이 식치의 핵심이다.
AI 디바이스가 인체 상태를 ‘보여주는 눈’이라면, 의료진 상담은 그 눈으로 본 데이터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두뇌’이다. 혈당 변동이나 수면 패턴의 이상을 스스로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이유를 찾고 회복 방향을 잡는 과정에는 반드시 의료진 개입이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체질 분석과 맥진, 설진을 통해 인체의 불균형 원인을 세밀하게 진단하고, 그에 맞는 식치·한약·생활 교정으로 ‘혈당-수면 리듬’의 회복 솔루션을 제시한다.
지속적인 혈당 관리와 건강한 수면은 AI 디바이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스스로의 수치를 이해하고, 그 원인과 해법을 의료진과 함께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헬스케어의 시작이다. 체질에 맞춘 식치와 생활 관리로 수면과 혈당의 균형을 되찾는다면, 데이터가 아닌 몸이 먼저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