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염과 치아흡수병변, 고양이가 보내는 SOS 신호… 전발치가 필요할 때 [허도 수의사 반·동·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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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염과 치아흡수병변, 고양이가 보내는 SOS 신호… 전발치가 필요할 때 [허도 수의사 반·동·건 칼럼]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1-24 10:44

[Hinews 하이뉴스] 고양이의 구강 질환은 반려묘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문제임에도, 보호자가 뒤늦게서야 이상을 눈치채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고양이는 통증을 잘 숨기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는 게 쉽지 않다. 동물병원에 구강 질환으로 인해 내원하는 경우는 반려견보다 반려묘인 경우가 더 많다. 고양이는 구조학, 면역학적 특성상 구강 질환의 종류가 더 다양하고 진행 속도 또한 빠르기 때문이다. 그중 대표적으로 많이 진단되는 질환은 구내염과 치아흡수병변이다.

고양이 구내염은 입안 전체에 심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만성 통증을 동반한다. 많은 보호자들이 “입냄새가 유난히 심해졌다.”, “밥을 앞에 두어도 먹지 않는다.” 같은 일상 변화를 이야기하는데 이는 구내염이 상당히 진행되었다는 신호라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구내염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면역 반응의 이상이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면역학적 문제는 단기간의 약물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초기에는 항생제, 소염제 등과 같은 약물 치료를 하더라도 일시적인 호전만 보일 뿐 결국 재발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허도 일산 에드워드 동물병원 원장
허도 일산 에드워드 동물병원 원장
또 다른 대표 질환인 치아흡수병변은 치아가 안쪽부터 서서히 녹아내리듯 파괴되는 질환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내부는 이미 신경이 노출되고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사람이 치통을 겪을 때와 비교하면 훨씬 심한 통증이라고 알려져 있다.

치아흡수병변은 강아지보다 고양이에게 월등히 많이 발생하며, 원인은 유전적 요인, 치주염, 만성 염증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다. 주로 침을 많이 흘리는 모습, 턱을 비틀며 씹는 모습, 식사 후 입을 털듯이 휘두르는 행동 등의 증상이 보인다. 치아흡수성병변은 약물 치료보다는 해당 치아의 발치를 권하는 편이다.

이처럼 고양이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구강 질환의 특성은 ‘만성적’이며, 재발이 잦고 치통이 심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치료의 최종 목적은 단순히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없애고 고양이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데 있다. 두 가지 질환 모두 약물 치료만으로 해결되는 경우는 드물며, 상당수의 고양이들이 결국 전발치를 진행하게 된다.

전발치라고 하면 많은 보호자가 놀라거나 죄책감을 느끼지만, 걱정과 달리 수술 후 예후가 좋은 치료 중 하나다. 치아를 제거하면 통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사라지며 구내염이 크게 좋아지고, 녹아가는 치아로 발생하는 치통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발치 이후 고양이 삶의 질이 확연하게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통증이 사라지자 몇 년 만에 편안하게 잠들거나, 갑자기 활발해지고 보호자 옆에 오래 머무는 등 성격마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모든 고양이가 전발치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치료는 질환의 종류와 진행 단계에 따라 전발치 수술을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전발치 이후 음식을 어떻게 먹을지 걱정하는 보호자도 있는데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씹기보다는 삼키는 방식으로 먹기 때문에 치아가 없어도 건사료를 부수거나 삼키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치료만큼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고양이의 구강질환은 진행되기 전에 관리하는 것이 비용, 시간, 스트레스 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스케일링과 양치질이다. 스케일링은 치석과 세균막을 제거해 치주염을 막고, 염증으로 이어지는 고리 자체를 끊어낼 수 있다. 마취가 필요해 많은 보호자들이 망설이지만 이미 구강 질환이 진행된 상태에서 하는 치료보다 훨씬 간단하고 안전하며 비용 또한 적다.

양치질은 스케일링만큼 좋은 예방법이지만, 고양이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억지로 하려고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커지고 보호자와 고양이 모두 힘들어지므로 치약 맛을 먼저 익히도록 하고, 입 주변을 만지는 것부터 천천히 적응시키는 단계가 필요하다. 양치질이 불가능한 경우 구강 젤, 치석 억제 기능이 있는 사료나 영양제 등 보조 수단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보호자의 꾸준한 관리와 정기적인 검진이다. 고양이의 입속은 겉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변화가 삶을 바꾸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미세한 신호라도 놓치지 않고 조기에 관리해 준다면 고양이뿐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모든 일상이 더 편안하고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글 : 허도 일산 에드워드 동물병원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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