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본질에 집착한 12년, 데일리비어가 ‘생활맥주’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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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본질에 집착한 12년, 데일리비어가 ‘생활맥주’가 되기까지

이상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1-06 16:16

[Hinews 하이뉴스] 한국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사는 곧 데일리비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수제맥주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데일리비어의 출발점은 거창한 유통 전략이나 프랜차이즈 비즈니스가 아니었다. ‘맥주는 신선해야 한다’는 단 하나의 원칙, 그리고 맥주를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시작한 집요한 실험이 오늘의 데일리비어를 만들었다.

맥주 브랜드 '생활맥주'를 운영하는 데일리비어(Daily Beer)는 지난 2025년 11월 마닐라의 아코비아 시티에 생활맥주 1호점을 오픈했다
맥주 브랜드 '생활맥주'를 운영하는 데일리비어(Daily Beer)는 지난 2025년 11월 마닐라의 아코비아 시티에 생활맥주 1호점을 오픈했다


<h3 data-start="606" data-end="630">맥주를 유통하지 않고, 만들어온 시간데일리비어는 국내 수제맥주가 아직 ‘특별한 날에 마시는 술’로 인식되던 시절, 맥주를 일상으로 되돌리겠다는 목표로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국내 시장에는 수입 맥주나 대기업 맥주가 중심이었고, 수제맥주는 일부 마니아층에 국한된 영역이었다. 데일리비어는 이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판단했다. 좋은 맥주가 있어도 신선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양조와 유통이 분리된 구조에서는 결코 맥주의 본질에 다가갈 수 없다고 봤다.

그래서 데일리비어는 가장 어렵고 비효율적인 길을 택했다. 직접 기획하고, 직접 만들고, 직접 유통하고, 직접 판매하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단순히 브랜드만 붙여 맥주를 공급받는 방식이 아니라, 레시피 설계부터 원료 선정, 양조 공정, 물류 시스템, 매장 운영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통합했다. 이 선택은 단기간의 수익성보다는 장기적인 완성도를 선택한 결정이었고, 이후 데일리비어가 경쟁자들과 명확히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출발점이 됐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브랜드가 바로 ‘생활맥주’다. 생활맥주는 이름 그대로 맥주를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생활 속 음료’로 만들겠다는 데일리비어의 철학을 담고 있다. 접근하기 어려운 수제맥주가 아니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맛과 품질만큼은 타협하지 않는 맥주. 이 철학은 메뉴 구성, 가격 정책, 매장 분위기까지 일관되게 관통했다.
시간이 흐르며 데일리비어는 국내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점포 수 확장이 아니라, ‘신선도’라는 기준을 시장에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조 직후 빠르게 매장으로 배송되는 시스템, 회전율을 고려한 생산 계획, 냉장 유통에 대한 집착은 데일리비어가 12년간 축적해온 운영 노하우의 결정체다.

대표 제품인 ‘생활 뉴잉글랜드 IPA’는 이러한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맥주는 출시 이후 매년 조기 완판을 기록하며 수제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 ‘성지템’으로 불려왔다. 더블 드라이호핑과 바이오트랜스포메이션 공법을 통해 구현한 농밀한 아로마와 부드러운 질감은 글로벌 트렌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일리비어는 이 맥주를 대량 생산 상품으로 확장하지 않았다. 신선도가 보장되는 범위 안에서만 한정적으로 선보이는 방식을 고수하며, 품질이 곧 브랜드라는 원칙을 지켜왔다.

이러한 집요함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누적 판매량 5,000만 잔이라는 기록은 단순한 인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데일리비어가 만든 시스템과 철학을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이자, 수제맥주가 특정 마니아층을 넘어 대중적인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최근 데일리비어는 편의점과의 협업을 통해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CU의 ‘포켓CU 신선픽업’을 통해 선보이는 초신선 수제맥주는,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었던 품질을 전국 단위로 확장하는 실험이다. 이는 단순한 유통 채널 확대가 아니라, ‘신선함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데일리비어의 오랜 고민이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구현된 사례다. 수제맥주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산업 전반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최근 주류 프랜차이즈 최초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며 국가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국내 수제맥주 산업이 하나의 경쟁력 있는 분야로 성장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데일리비어는 이 성과를 특정 제품이나 단기 성과의 결과로 보지 않는다. 12년간 맥주의 본질에 집중하며 쌓아온 시간의 총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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