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설 연휴는 오랜만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반가운 시간이지만, 부모님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허리와 다리 통증은 단순한 노화 증상이 아니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척추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명절 직후 병원을 찾는 고령 환자들이 유독 많은 이유다.
대표적인 질환이 ‘척추관협착증’이다. 이 질환은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과 보행 장애를 일으키는 퇴행성 질환이다. 앉아 있을 때는 괜찮다가도, 조금만 걸으면 다리가 터질 듯 아프고 저려오며, 잠시 쉬었다 다시 걸으면 또 괜찮아지는 ‘간헐적 파행’이 대표적 증상이다.
부모님의 걸음걸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자. 5~10분 이상 걷지 못하고 자주 멈춰서 쉬는지, 엉덩이에서 종아리까지 당기고 뻗치는 통증이 있는지, 허리를 숙이면 괜찮아지고 펴면 더 불편해하는지 여부가 협착증을 의심할 수 있는 핵심 체크 포인트다. 특히 허리를 굽히면 증상이 완화되고, 카트나 유모차를 밀 때는 잘 걷지만, 허리를 펴고 걷는 데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동엽 참포도나무병원 척추센터 원장
척추관협착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 감각이 둔해지고 힘이 빠지며, 보행 가능 거리도 점점 줄어든다. 이를 단순한 ‘나잇살’로 치부하고 방치하면 신경 손상과 척추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한 경우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까지 번질 수 있다.
많은 부모 세대가 “수술은 무섭다”며 치료를 미루지만, 실제로 척추관협착증의 대부분은 수술 없이도 호전이 가능하다.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재활운동 등 비수술적 방법만으로도 증상을 조절할 수 있으며, 통증이 심한 경우에도 체내 부담이 적은 시술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표적 시술 중 하나인 ‘CI 치료(경막외내시경카테터 치료)’는 특수 카테터를 통해 병변 부위까지 직접 접근해 염증과 부종, 신경 유착을 유발하는 원인에 약물을 주입해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고령 환자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어 최근 수요가 늘고 있다. 풍선확장술, 신경성형술 등도 비교적 간단한 시술로 일상 복귀가 빠르다.
척추관협착증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호전보다 악화 속도가 더 빨라진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즉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해야 하며, 무엇보다 가족의 관심과 설득이 큰 힘이 된다. 부모님이 “괜찮다”, “좀 지나면 낫는다”며 치료를 미루더라도 자녀가 적극적으로 동행해 초기 진료를 받도록 돕는 것이 현실적인 효도다.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선 평소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시간 같은 자세는 피하고, 1시간에 한 번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둔근과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은 허리 부담을 줄이고, 체중 조절은 척추 하중을 줄여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척추관협착증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수술 없이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다. 다리 저림이나 통증이 자주 반복되는 부모님이 있다면, 연휴 기간에 가족이 함께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명절 스트레스’라는 말처럼 연휴는 오히려 고령 부모에게 건강 부담이 커지는 시기다. 음식 준비, 장거리 운전, 장시간 이동까지 겹치는 설 연휴엔 부모님의 허리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고 고단하다. 올해 설엔 안부 인사보다 먼저, 부모님의 허리 건강을 묻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효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