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이닉, 경쟁사 무선청소기 사놓고 ‘별점 1점’…뒤늦게 구매 인정

산업 > 산업일반

[단독] 아이닉, 경쟁사 무선청소기 사놓고 ‘별점 1점’…뒤늦게 구매 인정

오하은 기자

기사입력 : 2026-10-07 16:14

[Hinews 하이뉴스] 지난해 가을 경기도 안양시 평촌에 위치한 한 벤처빌딩으로 무선청소기 한 대가 배송됐다. 제품을 보낸 곳은 같은 해 8월 설립된 신생 가전업체 비움이었고, 제품을 받은 곳은 2019년 설립돼 생활가전 시장에서 사업을 이어온 아이닉이었다. 제품은 비움의 첫 주력 모델인 ‘에어르 슬릭(Airr Sleek)’.

당시 막 시장에 진입한 비움에게 에어르 슬릭은 단순한 신제품 하나가 아니었다. 브랜드를 알리는 첫 시험대였고, 광고비와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신생 업체 입장에서는 온라인 판매 페이지에 쌓이는 소비자 리뷰 하나하나가 제품 판매와 직결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비움은 에어르 슬릭 출시 직후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 판매 페이지에 기재된 제품의 출시 시점도 2025년 8월이며, 800g급 무게와 자동 먼지비움 스테이션 등을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쿠팡과 에어르 공식몰 등 여러 유통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다.

그런데 제품 출시 직후 비움이 주목한 것은 판매량보다 한 건의 저평가 리뷰였다.

“30만원 주고 산 값어치를 전혀 못 하는 노가성비 청소기, 후회만 남음.”

“리뷰가 전부 좋은 게 말이 안 됨.”
비움 측이 당시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리뷰의 작성자가 누구인지가 아니었다. 부정적인 평가가 올라온 만큼 우선 실제 제품에 문제가 있었는지, 고객이 어떤 불편을 겪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특히 브랜드를 막 출시한 초기 단계였던 만큼 부정적인 후기가 올라왔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악의적인 행위로 단정하기보다는 고객 불만으로 받아들이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대응했다는 게 비움 측 설명이다.

이에 비움은 구매자에게 연락해 불편 사항을 확인하고 제품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직접 방문하는 방안을 택했다. 제품 교환이나 AS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비움 관계자가 실제 배송지를 찾아간 뒤 상황은 달라졌다. 주문 당시 에어르 슬릭이 배송된 곳이 개인 주거지가 아닌 경쟁업체인 아이닉 본사였고, 제품을 받은 사람이 아이닉 직원 B씨라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비움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경쟁업체 직원을 특정해 찾아간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고객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방문했다가 현장에서 구매자의 소속을 뒤늦게 알게 된 셈이다.

비움 측은 경쟁업체가 자사 제품을 구매해 성능을 비교하거나 시장조사를 하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가전업계에서 경쟁 제품을 직접 구매해 분석하는 것은 흔히 이뤄지는 시장조사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다만 경쟁 가전업체 직원이 자사 제품을 직접 구매했고, 제품을 회사 본사에서 수령한 뒤 판매 페이지에 별점 1점과 부정적인 평가를 남겼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비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경쟁 제품을 내부적으로 시험하거나 분석하는 것과 일반 소비자의 구매 후기 형태로 제품에 대한 평가를 공개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면서 “이는 경쟁업체에 대한 악의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주문 당시 에어르 슬릭이 배송된 곳이 개인 주거지가 아닌 경쟁업체인 아이닉 본사였고, 제품을 받은 사람이 아이닉 직원 B씨라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비움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경쟁업체 직원을 특정해 찾아간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고객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방문했다가 현장에서 구매자의 소속을 뒤늦게 알게 된 셈이다. 사진은 비움 제공
주문 당시 에어르 슬릭이 배송된 곳이 개인 주거지가 아닌 경쟁업체인 아이닉 본사였고, 제품을 받은 사람이 아이닉 직원 B씨라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비움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경쟁업체 직원을 특정해 찾아간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고객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방문했다가 현장에서 구매자의 소속을 뒤늦게 알게 된 셈이다. 사진은 비움 제공

본사에 도착한 청소기…비움이 확인한 것들
비움 측이 아이닉 본사를 직접 방문하면서 확인한 정황은 당초 고객 불만을 처리하기 위해 나섰던 상황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어졌다. 당시 현장에는 에어르 슬릭 외에도 여러 경쟁 브랜드의 무선청소기 제품이 함께 놓여 있었고, 비움 측은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 자료도 확보했다.

비움은 이후 해당 구매와 리뷰 작성이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주문일자와 배송지, 제품 수령 과정, 리뷰가 올라온 시점과 내용을 다시 대조했고, 해당 리뷰에 대해서는 플랫폼 신고 절차도 진행했다. 문제가 된 게시물은 비움 측의 신고 이후 한 차례 게시가 중단됐다.

비움 입장에서 중요한 부분은 여기서부터였다. 처음에는 제품의 품질과 고객 불편을 확인하기 위한 AS 대응이었지만, 경쟁업체 직원의 구매 사실을 확인한 뒤에는 제품이 왜 회사 본사로 배송됐는지, 구매자는 어떤 목적으로 제품을 구매했는지, 리뷰 작성은 어떤 과정에서 이뤄졌는지 등을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리뷰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공개되는 판매 페이지에 게시된다는 점에서 비움이 느끼는 무게가 컸다. 신생 브랜드에게 초기 구매후기와 별점은 소비자의 구매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보인 만큼, 단순히 한 명의 고객이 남긴 불만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게 비움 측 설명이다.

별점 1점에서 고소·맞고소까지
이 문제는 결국 양측의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비움 측은 업무방해 혐의로 아이닉 대표 A씨와 직원 B씨를 고소했고, 구매자인 B씨 측 역시 개인정보 침해 등을 이유로 비움 관계자를 맞고소했다.

사건은 수사기관의 판단을 받게 됐다. 그리고 양측이 제기한 고소·맞고소 사건에 대해 사법기관은 최종적으로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법적으로는 별점과 리뷰 내용이 단순한 의견이나 가치판단에 해당하는지, 객관적인 사실을 적시해 상대방의 업무를 방해하려는 행위였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형사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표현이 허위 사실인지 여부는 물론, 업무방해의 고의와 구체적인 방해 행위 등이 함께 확인돼야 하기 때문이다.

비움 관계자는 “소비자 리뷰 형태로 별점 1점을 남긴 것은 단순한 개인 후기를 넘어, 제품 구매를 고민하는 일반 소비자의 판단에 심각한 혼동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 신뢰 측면에서 적절한 행위였는지 근본적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를 처음 알리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정보가 온라인 판매 페이지에 축적되는 후기”라며 “현재 에어르 슬릭은 쿠팡 등 주요 판매 채널을 통해 유통되고 있고, 쿠팡 상품 페이지에도 수백 건의 상품평이 누적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시장에 자리를 잡은 업체와 이제 막 시장에 들어온 업체가 같은 리뷰 하나를 바라보는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아이닉은 2019년 설립된 업체로 경기도와 채용 플랫폼 등에 공개된 기업정보상 2025년 말 기준 80명대의 인력을 두고 있으며, 2025년 매출은 약 410억원으로 집계돼 있다. 반면 비움은 2025년 8월 설립된 회사로 공개 기업정보상 직원 수는 7명, 매출액은 24억2148만원으로 확인된다.

비움 입장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별점 1점’으로 끝날 수 없었던 배경이다.

아이닉 측은 회사가 경쟁사 제품의 구매나 리뷰 작성을 지시한 적이 없으며, 직원 B씨가 개인적인 필요와 판단에 의해 직접 구매한 뒤 사용해보고 솔직한 의견을 남긴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사자인 B씨 역시 수사 과정에서 본사 주소로 제품을 주문해 리뷰를 작성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실제 제품을 사용해본 뒤 느낀 개인적인 소감을 적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장 바꾼 아이닉…비움이 주목하는 또 다른 장면
비움 측이 문제를 제기하는 지점은 리뷰 작성 자체만이 아니다. 사건이 형사절차로 넘어간 이후 아이닉 측이 보인 대응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같은 방식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비움 측에 따르면 아이닉은 형사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련 사실관계와 관련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했다. 당시 비움은 이를 사실관계에 대한 사실상의 인정으로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후 수사기관의 최종 판단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고, 형사절차가 마무리된 뒤 한동안 사라졌던 문제의 리뷰가 다시 온라인에 게시됐다.

비움 측에서는 이 부분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처음에는 고객 불만으로 받아들여 제품을 직접 확인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구매자가 경쟁업체 직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리뷰가 신고를 통해 한 차례 내려갔고, 관련 사안은 고소·맞고소로 이어졌다. 그런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나온 뒤에는 해당 리뷰가 다시 등장했다는 것이다.

더욱 주목되는 대목은 이후의 변화다. 비움 측은 관련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뒤 아이닉 측이 다시 비움 측에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비움 측 설명에 따르면 아이닉의 대응은 사건의 시간 흐름에 따라 달라졌다. 초기에는 직원 개인의 소비와 개인적인 의견 표명이라는 취지의 설명이 나왔고, 형사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의 의사가 전달됐으며, 무혐의 처분 이후에는 기존 리뷰가 다시 게시됐다. 그리고 관련 내용이 언론에 알려진 뒤에는 다시 사과의 뜻을 전해왔다는 것이다.

비움 측은 이 같은 과정 때문에 해당 사안을 단순히 ‘직원 한 명이 제품을 구매해 개인적인 후기를 남긴 사건’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회사 주소로 경쟁사 제품을 배송받은 경위, 회사 내에서 제품을 접한 정황, 공개 판매 페이지에 게시된 별점 1점의 리뷰, 신고 이후 게시 중단과 무혐의 처분 이후 재게시, 그리고 이후 사과까지 이어진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혐의라고 끝난 문제인가

무엇보다 비움이 문제를 제기하는 핵심은 제품을 사서 비교해 보는 행위 자체가 아니다. 경쟁사 제품을 연구·분석하는 것은 가전업계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비움 측도 인정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경쟁사 직원이 일반 소비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공개 플랫폼에 평가를 남겼다면, 해당 리뷰가 소비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비움 측 입장이다.

실제로 경쟁업체가 직접 제품을 주문한 뒤 소비자인 것처럼 허위 리뷰를 작성해 영업을 방해한 사건에서 형사처벌이 내려진 사례도 있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은 2022년 경쟁 카페를 운영하던 A씨가 배달앱을 통해 경쟁업체의 눈꽃빙수를 주문한 뒤 포장 상태가 불량한 것처럼 허위 사진과 리뷰를 게시한 사건에서 업무방해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해당 피고인은 피해 카페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서 같은 종류의 빙수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경쟁업체의 매출을 떨어뜨릴 목적으로 제품을 주문한 뒤 허위 리뷰를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쟁사 제품에 직접 손을 댄 뒤 허위 자료를 만들어 퍼뜨린 사건에서는 더욱 명확한 판단이 내려졌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2021년 동종업체가 판매하는 샤프란 제품에 철가루를 섞은 뒤 자석에 붙는 모습을 촬영하고, 마치 해당 제품 자체에 철가루가 포함된 것처럼 사진과 영상, 허위 리뷰를 게시한 사건에서 업무방해죄를 인정했다.

다만 이들 판례와 이번 사건 사이에는 차이도 있다. 앞선 사건들은 경쟁업체 제품에 실제와 다른 상황을 만들어내거나 허위 사실을 적극적으로 꾸며내는 행위가 인정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반면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표현은 ‘노가성비’, ‘후회만 남음’ 등 제품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로 볼 여지가 있었고, 수사기관 역시 비움 측에 제기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비움 측도 이 같은 사법적 판단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비움 관계자는 <하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저희가 문제를 삼는 것은 경쟁사가 에어르 슬릭을 구매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라며 “경쟁 제품을 직접 구매해서 비교하고 분석하는 것은 가전업계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경쟁업체 직원이 회사에서 제품을 받아 사용하고, 소비자들이 보는 공개 판매 페이지에 별점 1점과 부정적인 평가를 남겼다면 일반적인 시장조사와는 다른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당시 저희는 처음부터 구매자가 경쟁업체 직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찾아간 것도 아니고, 단순 고객 불만으로 생각해 제품을 확인하고 교환이나 AS를 해주기 위해 직접 방문했다. 현장에 가서야 구매자의 소속을 알게 됐고, 그 과정에서 여러 정황을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사절차에서 무혐의가 나왔다는 사실은 존중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경쟁사 직원이 일반 소비자처럼 작성한 리뷰가 신생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이나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까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비움 관계자는 또 “이번 사안을 단순히 별점 1점짜리 리뷰 하나로만 봐서는 안 된다”며 “신생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경쟁업체 임직원이 어떤 방식으로 경쟁 제품을 구매하고 평가했는지, 그 평가가 일반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본지는 이 같은 비움 측 주장과 관련해 아이닉 측에 회사 차원의 경쟁사 제품 구매 및 리뷰 작성 지시 여부, 직원 B씨의 제품 구매 경위, 리뷰 재게시 과정, 형사절차 진행 당시 비움 측에 잘못을 인정하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했는지 여부, 이후 사과 여부 등에 대해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했으나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오하은 기자

haeun@hinews.co.kr

<저작권자 © 하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

헬스인뉴스 칼럼

모바일화면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