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치과에서 발치를 권유받은 뒤 고민하다가 다른 치과에서 다른 의견을 듣고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고, 둘 중 한쪽이 틀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발치 여부는 애초에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는 영역은 아니다.
발치를 결정할 때 확인하는 항목은 대부분의 치과의사가 비슷하지만, 각 항목에 두는 무게와 얼마나 먼 미래까지 내다보느냐가 달라 결론이 갈린다.
배한얼 노원디자인치과 대표원장
발치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남아 있는 치질의 양이다. 충치가 잇몸 아래까지 깊게 진행돼 크라운을 붙잡아 줄 건강한 치아 벽이 잇몸 위로 1.5~2㎜ 정도 남지 않으면, 신경치료를 마쳐도 보철물이 오래 버티기 어렵다. 이때는 잇몸 성형이나 치아를 살짝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보완이 가능한지가 관건이 된다.
둘째는 치근의 상태다. 뿌리가 세로로 금이 간 치근 파절은 현재로서는 살리기 어려운 대표적인 경우다. 반면 뿌리 끝 염증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재신경치료나 뿌리 끝 수술로 살릴 여지가 있는지 먼저 따져볼 수 있다.
셋째는 치아를 받치고 있는 잇몸뼈다. 치주염으로 뼈가 상당 부분 녹아 치아가 흔들리면, 치아 자체는 멀쩡하더라도 장기간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결국 발치 여부는 치아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치질과 치근, 잇몸뼈 상태를 함께 살펴 판단하게 된다.
판단이 갈리는 지점은 세 기준이 모두 애매한 경계 구간에 있는 치아다. 치질이 어느 정도 남아 있고 뿌리도 사용할 수 있지만, 잇몸뼈가 상당히 내려간 경우처럼 살릴 수는 있지만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치아가 대표적이다.
치질도 어느 정도 남았고 뿌리도 쓸 만하지만 뼈가 꽤 내려간 경우처럼, 살릴 수는 있는데 얼마나 갈지 장담하기 어려운 치아가 진료실에서 가장 흔하다. 몇 년이라도 내 치아를 더 쓰는 쪽을 우선할지, 흔들리는 치아를 오래 두면 주변 뼈까지 계속 녹아 나중에 임플란트를 심을 자리마저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선할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두 판단 모두 근거가 있으며 어느 쪽이 환자에게 더 적합한지는 나이와 전신 건강, 구강 관리 능력, 해당 치아가 씹는 데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치과에서 다른 의견을 들었다고 해서 곧바로 한쪽 진단이 잘못됐다고 단정하기보다, 각 판단의 근거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발치를 권유받은 환자는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크게 두 가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뽑아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다. 치근 파절인지, 남은 치질이 부족한 것인지, 잇몸뼈가 내려간 것인지에 따라 치아를 살릴 수 있는 선택지의 유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엑스레이나 CT 영상에서 그 근거를 직접 보여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 번째는 치료 후 기대할 수 있는 치아 수명의 정도이다. 살리는 치료가 실패했을 때 발치와 임플란트로 넘어가는 데 문제가 없는지, 그 사이 뼈 상태가 나빠질 위험은 없는지를 미리 확인하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발치로 치료 방향이 정해졌다면 안전을 위해 의료진에게 미리 알려야 할 사항도 있다. 골다공증 약이나 주사를 사용하고 있거나 항응고제·항혈소판제를 복용 중인 경우, 당뇨가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발치 전에 반드시 의료진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야 한다.
약의 종류나 전신 상태에 따라 발치 후 뼈가 잘 아물지 않거나 지혈이 어려울 수 있어 사전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발치 자체뿐 아니라 이후 치료까지 고려한다면 현재 복용 중인 약과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공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결국 발치와 임플란트 여부를 결정할 때 핵심은 '뽑느냐, 살리느냐'라는 결과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 판단이 나온 구체적인 이유를 이해하는 데 있다. 살릴 가능성과 예상 유지 기간, 향후 치료 계획까지 함께 확인해야 환자도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