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한 잔, 오늘의 티] 건강 트렌드로 떠오르는 '말차' 알고 마시면 더 건강하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는 선명한 초록빛의 라떼, 디저트, 스무디 등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일부 카페에서는 말차 한 잔을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하지만 이 ‘힙한’ 초록 가루의 말차는 단순히 맛과 색 때문에 유명해진 것이 아니다. 건강을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건강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말차는, 수백 년 전 일본 다도에서 유래한 전통 녹차의 한 종류다. 녹차와 같은 식물에서 만들어지지만 재배·가공·섭취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세계 차의 날을 맞아 말차의 효능부터 주의할 점까지 짚어본다.

◇ 말차란 무엇인가? 녹차와의 차이점
말차는 차나무(Camellia sinensis)의 어린잎을 원료로 만든 가루 녹차다. 언뜻 보면 녹차와 같은 식물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비슷하다고 여겨지기 쉽지만 말차는 재배 방식과 가공 과정, 섭취 방법까지 녹차와는 전혀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재배 방식이다. 일반 녹차는 햇빛 아래서 재배한 잎을 수확하지만, 말차는 수확 전 약 2~3주간 차나무에 덮개를 씌워 햇빛을 차단하는 ‘차광 재배’를 한다. 이 과정에서 잎은 더 많은 엽록소와 테아닌, 아미노산을 생성하게 되며 이때 말차 특유의 감칠맛과 선명한 녹색이 형성된다. 반면 녹차에 많이 들어있는 카테킨과 같은 떫은맛 성분은 줄어들어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가공 방식도 다르다. 일반 녹차는 잎을 덖은 뒤 말려 찻잎 형태 그대로 가공한다. 반면 말차는 어린 녹찻잎을 증기에 찐 다음 말려서 분말로 만든다. 찻잎을 우려 마시는 녹차와 달리 말차는 줄기와 잎맥을 제거한 뒤 맷돌로 곱게 갈아 초미세 분말 형태로 만든다. 일반 가루녹차는 잎 전체를 그대로 갈아 만들지만 말차는 전통 방식의 저속 맷돌을 사용해 매우 곱게 갈아낸다는 점에서 질감과 품질 면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섭취 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녹차는 찻잎을 우려내고 찌꺼기는 버리는 반면, 말차는 찻잎 전체를 분말로 섭취하기 때문에 녹차보다 영양소 흡수율이 높다. 폴리페놀, 비타민, 미네랄 등 유효 성분을 더욱 농축된 형태로 섭취할 수 있다.

◇ 말차의 대표 효능 5가지
최근 말차가 건강 음료로 주목받는 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입증된 다양한 효능 덕분이다. 특히 아래 5가지 대표 효능은 여러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어느 정도 뒷받침되고 있다.
① 항산화 작용 강화
말차에는 녹차에서 발견되는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인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 폴리페놀, 클로로필이 고농도로 함유돼 있다. 건국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말차의 항산화 성분은 일반 녹차보다 최대 10배 이상 높게 측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성분들은 세포 손상을 막고 노화 지연, 암 예방,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② 뇌 기능 개선 및 집중력 향상
말차에 풍부한 카페인과 L-테아닌은 뇌의 대사 활동을 촉진한다. 특히 L-테아닌은 뇌파를 안정시키고 긴장을 완화하여 집중력 향상과 스트레스 완화에 기여한다. 일본 시즈오카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루 2g의 말차를 2개월간 섭취하게 한 결과 인지 기능이 개선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③ 체중 관리 및 대사 촉진
말차에 함유된 EGCG와 카페인은 신진대사를 높이고 지방 산화를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러 임상 연구에서 녹차 추출물의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된 바 있으며 말차는 다이어트 보조 성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④ 피부 미용 효과
말차에 함유된 비타민 C와 항산화 성분은 피부 탄력을 유지하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미백, 보습, 트러블 완화에 효과가 있어 최근에는 말차를 활용한 피부관리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⑤ 스트레스 완화 및 진정 효과
L-테아닌은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분비를 조절하여 신경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카페인으로 인한 불안감을 완화시켜 커피보다 부드러운 각성 효과를 제공하는 점에서 말차는 긴장을 덜고 싶을 때 좋은 대안 음료로 주목받고 있다.

◇ 말차의 부작용과 섭취 시 주의 사항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일수록 지나친 섭취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말차 역시 예외는 아니다. 찻잎을 통째로 섭취하는 만큼 영양소가 농축돼 있지만 그만큼 카페인과 카테킨 함량 또한 높아 체질에 따라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말차 1g당 약 30mg의 카페인이 포함돼 있으며, 말차라테 한 잔에는 보통 4~6g이 사용된다. 즉, 한 잔으로 120~180mg의 카페인을 섭취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아메리카노 한 잔에 버금가는 수치다.
단, 말차의 L-테아닌 성분이 카페인의 흡수를 완화해 주기 때문에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도 커피 대신 도전해 볼만하다. 하지만 불면증, 심박수 증가, 불안감 등 카페인 과잉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다.
녹차의 주요 항산화 성분인 EGCG는 고용량 섭취 시 간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하루 800mg 이상의 EGCG를 섭취했을 때 간 기능 저하, 황달, 상복부 통증 등의 증상이 보고된 바 있다. 특히 간 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고농축 말차 제품 섭취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말차에 함유된 카테킨은 체내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특히 빈혈이 있거나 생리량이 많은 여성의 경우 말차를 식사와 함께 섭취하지 않거나 철분제 복용 시 시간 차를 두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녹차나 말차의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가려움증, 발진,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전에 녹차 제품 섭취 후 이상 반응이 있었다면 말차도 같은 반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섭취를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 유행하는 말차, 건강하게 알고 마시자
말차는 단순한 트렌드 음료를 넘어 다양한 건강 효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찻잎 전체를 섭취하는 특성상 영양소를 더욱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쁜 현대인을 위한 기능성 음료로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모든 건강 식품이 그렇듯, 체질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식품이기도 하다. 하루 한 잔 정도의 섭취가 적당하며 평소 간 질환이나 빈혈, 카페인 민감성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 섭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제품 선택 시 품질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말차 수요 증가로 일본에서 생산되는 말차의 절반 이상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말차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저가 가공 제품도 다수 유통되고 있으므로 말차를 선택할 때는 원산지, 재배 방식, 가공 공정이 투명하게 표시된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차의 날을 맞아 우리가 마시는 차 한 잔의 정체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도 건강한 선택의 시작일 수 있다. 유행에 휩쓸리기보다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말차를 즐겁고 안전하게 즐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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