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로 얼룩진 첫 단추…투자자 갈등에 태안안면클린에너지 경영권 논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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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로 얼룩진 첫 단추…투자자 갈등에 태안안면클린에너지 경영권 논란까지

부지선정부터 경영자 논란까지.... 수사로 드러난 민낯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태안안면클린에너지 대표로

이상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2-21 19:14

[Hinews 하이뉴스] 태안군은 충청남도 서해안에 위치한 대표적인 해양 관광지로, 바다와 숲, 갯벌이 어우러진 자연환경이 뛰어난 지역이다. 수도권에서 차량으로 2~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주말 여행지로 인기가 높으며, 사계절 내내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태안이 가장 유명한 이유는 단연 ‘바다’다. 특히 안면도는 태안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넓은 백사장과 붉은 노을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꽃지해수욕장의 할미·할아비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석양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풍경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철에는 해수욕과 캠핑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붐비며, 가을과 겨울에는 한적한 바다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또한 태안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해수욕장이 모여 있다. 만리포, 몽산포, 삼봉 등 각각의 해변은 모래의 질감과 파도의 높이, 주변 경관이 달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몽산포는 캠핑 명소로 유명해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자연 생태 측면에서도 태안은 특별하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해안형 국립공원으로, 기암괴석과 해식 절벽, 드넓은 갯벌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봄이면 야생화가 피어나고, 철새가 찾아오는 생태 관광지로도 가치가 높다.
비리로 얼룩진 첫 단추…투자자 갈등에 태안안면클린에너지 경영권 논란까지

태안군의 성공적인(?) 정의로운 전환
태안군은 과거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산업 비중이 높았다. 지난 1995년 6월 1일 충남 태안군 원북면에 위치한 서부발전의 태안석탄화력발전소 1호기가 준공되어 본격 가동되면서부터다. 이 발전소는 500MW 용량으로 출발했으며, 이후 늘어난 추가 설비까지 합하면 국내 최대급의 석탄화력발전 단지로 성장했다. 태안화력 1호기는 이후 30년 이상 가동되며 지역뿐 아니라 전국 전력망에 막대한 전기를 공급했다. 1호기 단독으로만 누적 생산량이 약 118테라와트시(TWh)에 이르는 등, 한국 전체 전력 소비의 큰 비중을 담당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태안군 내에서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에도 기여했다. 발전소의 운영과 시설 유지보수, 협력업체의 활동은 지역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 기회를 제공했다.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까지 합치면 수천 명 규모의 고용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석탄발전소는 태안군 세수 기반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전력 생산에서 나오는 법인세와 지방세, 부지 임대료와 지역 기업의 매출 등은 지역 경제생활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전력 산업 관련 입지계수 조사에서 태안군은 발전 산업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지역 내 경제 활동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국내외적으로 탄소배출 규제와 기후 변화 대응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석탄발전의 환경적 영향에 대한 비판이 늘어났다. 태안화력발전소 역시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로부터 미세먼지·탄소배출 문제, 생태계 영향 등에 대한 논쟁의 대상이 됐다. 2020년대 들어 한국 정부는 석탄발전 감축 정책을 발표하며 기존 에너지 공급 체계의 전환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태안화력발전소도 단계적으로 조기 폐쇄를 포함한 에너지 전환 계획의 중심에 놓였다. 그리고 지난 2025년 12월 31일, 30년 이상 가동해 온 태안화력발전소 1호기가 공식 폐지됐다.

이는 국내에서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석탄발전 감축 정책에 따른 첫 번째 폐쇄 사례로, 지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석탄발전을 대체하기 위해 태안군은 재생에너지 산업 유치, 해상풍력·태양광 산업 투자, 클린 에너지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면서 지역 산업 구조를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역시 폐지지역의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위해 특별법 제정과 지원 체계를 논의 중이다.

이런 와중에 그 ‘정의로운 전환’의 일환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 단지를 소유한 태안안면클린에너지다. 태안군 안면도 일대 615만㎡ 부지에 330MW 규모로 조성된 이 태양광 발전소는 2023년 8월 상업운전에 돌입하며 국내 최대급 민자 태양광 단지로 기록됐다. 사업비는 4764억원. 이 가운데 1900억원을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국내 PE 랜턴A&I가 메자닌·후순위 대출 형태로 투입했고, 2854억원은 국내 금융기관 선순위 대출로 조달됐다.

겉으로 보면 석탄을 밀어내고 태양이 들어선, 전환의 모범 사례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업의 이면은 전혀 ‘클린’하지 않았다.

당초 태안 안면도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 사업이 처음 추진될 때, 충남도와 태안군 내부에는 우려와 신중론이 존재했다. 안면도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관광·경관·생태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해양경관 중심의 지역 경제 구조가 강하다. 일부 내부 관계자와 주민 사이에서는 “해안과 근접한 대규모 육상 태양광이 적절한가”라는 회의적 의견이 있었다. 이는 본래 사업의 경제성과 환경 영향, 주민 수용성 등에 대한 논의가 충분치 않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비리로 얼룩진 첫 단추…투자자 갈등에 태안안면클린에너지 경영권 논란까지

비리로 얼룩진 태안안면클린에너지의 시작
문제가 본격화된 것은 인허가 과정이었다. 2022년 말부터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태 점검에 나섰고, 안면도 태양광 발전사업도 그 대상이었다. 감사원 감사 자료에 따르면 사업 초기 토지는 일부가 목장용지였고, 이를 발전사업 용도로 전환하기 위해 행정 부처 사이 유권해석이 교차됐다. 감사원은 “초지 원상복구 조치 미흡, 개발행위허가 조건 누락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관련 공무원에게 중징계를 요구했다. 또한 산자부 내부 유권해석이 해당 사업에 유리하게 제공된 흔적이 있다는 점도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실제 사업 시행사인 태안안면클린에너지는 애초 태안군의 개발행위 허가 단계에서 제동이 걸려 있었다. 전체 사업부지의 약 3분의 1이 초지(목장용지)였고, 당시 관련 법령에 따르면 초지 전용은 ‘중요 산업시설’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가능했다. 2018년 산지관리법 개정으로 태양광 시설은 중요 산업시설 범위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내부에서 해당 태양광 시설을 사실상 중요 산업시설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이 내려졌고, 이 공문이 충남도와 태안군에 전달됐다. 이를 근거로 충남도와 태안군은 초지를 잡종지로 변경하는 개발행위 허가를 내줬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법령 해석의 근거가 미흡했고, 초지 전용 관련 협의 절차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 이후 검찰 수사는 인허가 과정의 구체적 경위를 파고들었다. 또 다른 축은 사업 시행사와 산업통상자원부 전·현직 인사, 그리고 사모펀드 운용사 사이의 관계였다. 검찰은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내부에서 내려진 ‘중요 산업시설 해당’ 취지의 유권해석이 단순한 법리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특정 사업을 염두에 둔 해석이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당시 산자부의 에너지신산업과장이던 김모 씨는 재직 시 해당 사업 관련 민원과 질의 대응에 관여했고, 퇴직 후 2020년 11월 태안안면클린에너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검찰은 이를 이해충돌 및 직무 관련성 여부의 핵심 고리로 보고 기소했다. 유권해석 공문 작성·발송에 관여한 과장과 사무관 역시 직권남용 및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의 쟁점은 당시 법령 체계상 태양광 시설이 초지 전용이 가능한 ‘중요 산업시설’ 범주에 포함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해석 과정에서 사업자 측과의 사전 교감이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다. 이 과정에서 자금 구조의 한 축이었던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랜턴A&I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랜턴은 해당 사업에 메자닌·후순위 자금 약 1900억원을 투입한 핵심 투자자였다. 검찰은 유권해석 시점과 자금 투입 구조, 그리고 산업부 출신 인사의 취업 시점이 맞물린 점에 주목했다.

다만 랜턴 측은 “투자는 통상적인 프로젝트파이낸싱 절차에 따른 것이며, 인허가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랜턴 전 대표(사건 발생 뒤 대표가 바뀌었다)는 별도로 자금 운용 과정에서의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됐고, 현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의 갈등
이제 쟁점은 자연스럽게 투자 구조의 중심으로 옮겨가게 됐다. 사업의 인허가 논란이 형사 문제로 번진 이후, 자금을 공급한 투자자와 금융기관, 이른바 대주단의 이해관계가 전면에 부상했기 때문이다. 개인 주주들은 랜턴이 형사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서 계약을 그대로 이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KKR과의 지분 양도 약정까지 함께 재검토 대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KKR은 자신들의 투자 시점이 2021년으로, 2019년 인허가 유권해석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KKR은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TACE 주식 취득 인가를 별도로 받아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가 경영 주체로서의 적격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계약 이행을 거부한 개인 주주들과 KKR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개인 주주들은 기존 대출을 하나증권 등을 통해 차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독자 생존 가능성을 모색했으나, 대규모 PF 구조를 단기간에 재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KKR은 전략을 선회했다. 지분을 직접 넘겨받는 대신, 선순위 대주단의 대출채권과 랜턴A&I 펀드의 출자 지분을 순차적으로 인수해 채권자 지위에서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KKR의 국내 계열사인 크리에이트자산운용은 우리은행과 중국은행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이미 인수했고, 나머지 신한은행·KB국민은행·교보생명·신한자산운용·한화손해보험 등과도 매각 협상을 진행해 왔다. 전체 채권과 출자금을 합산하면 약 41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핵심은 기한이익상실(EOD) 조항이다. 개인 주주들이 약정한 지분 양도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대출 약정 위반 사유가 발생했고, 채권을 보유한 측이 EOD를 선언할 경우 담보로 설정된 주식에 대한 강제 처분이 가능해진다. 이는 사실상 지분을 우회적으로 확보하는 구조다.

그러나 상황은 다시 복잡해졌다. 일부 선순위 대주단이자 동시에 랜턴A&I 펀드의 후순위 출자자(LP)이기도 한 기관들이 기존 매각 협상에서 이탈해, 펀드 운용사(GP)를 랜턴A&I에서 NH아문디자산운용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신한자산운용·교보생명·한화손해보험·SK E&S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관은 그동안 KKR 측에 후순위 출자금 매입 가격을 높여달라고 요구해 왔으나, 가격 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GP를 교체해 구조를 재편하면 전기사업자 지위 승인 문제를 별도로 풀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랜턴A&I는 대표가 기소된 상태여서 정부 승인 과정에서 제약이 있었던 반면, NH아문디자산운용을 전면에 세우면 절차를 새로 밟을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현실적 난관도 적지 않다. GP 교체에는 출자자 전원의 동의와 정부 승인 절차가 필요하고, 신규 운용사가 기존 운용사와 실질적으로 무관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랜턴이 부담했던 GP커밋(운용사 출자금) 50억원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쟁점이다. NH아문디 측이 일부만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그 규모가 1/10인 5억원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법조계의 한 에너지 규제 전문 변호사는 “이 사안의 핵심은 단순한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인허가 과정에서 형사 리스크가 현실화된 프로젝트를 사모펀드와 금융기관들이 어떤 기준으로 계속 지원했는가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기사업은 공공성이 강한 영역이기 때문에 최대주주나 실질적 지배주체의 적격성 문제가 제기되면 보다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며 “주주가 기소된 상황에서 채권 인수나 GP 교체를 통해 사실상 동일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유지한 채 외형만 바꾸는 방식이라면, 규제 취지를 우회한다는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 PF 구조조정 전문 회계사는 금융 구조의 취약성을 문제로 들었다. 그는 “선순위 대주단, 후순위 출자자, GP, 개인 주주가 동시에 얽힌 구조에서 EOD를 지렛대로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은 법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지역사회와 소액 투자자에게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지역상생을 전제로 추진된 발전 사업에서 지배권이 금융 논리에 따라 반복적으로 이동하면 사업의 공공성·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기관들도 단순히 회수율만 볼 것이 아니라, 초기 투자 심사와 사후 리스크 관리가 적정했는지 스스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기자

leesh@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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