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비만, 운동 부족,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으로 2형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정신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환자의 자살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최대 3.2배까지 높다는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승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백한상 의정부성모병원 교수, 한경도 숭실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9년 건강검진을 받은 20세 이상 2형당뇨병 환자 87만여 명을 2021년까지 12년간 추적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적 규모의 2형당뇨병 환자 대상 연구로, 한국인의 당뇨병 환자 90% 이상을 포함하고 있다.

정신질환 동반한 2형당뇨병 환자, 자살위험 최대 3.2배 높아 (클립아트코리아)
정신질환 동반한 2형당뇨병 환자, 자살위험 최대 3.2배 높아 (클립아트코리아)
분석 결과, 정신질환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서 자살 위험이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특히 조현병 3.24배, 양극성 장애 2.47배, 우울증 2.08배, 불면증 2.03배, 불안장애 1.63배 등으로 확인됐다. 이들 환자군은 자살률뿐 아니라 전체 사망률(all-cause mortality)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자살로 사망한 환자들의 공통된 특징도 뚜렷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많았고, 흡연·과도한 음주, 저소득층 비율이 더 높았다. 이는 정신건강 문제가 혈당 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우울, 불안, 수면장애 등으로 이어지고, 다시 자기관리와 약물 순응도가 떨어져 당뇨병 악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쉬움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2형당뇨병 환자의 치료에서 혈당 조절뿐 아니라 정신건강에 대한 선제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신질환 유무에 따라 사망 위험이 뚜렷하게 차이 나는 만큼,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정신건강 평가와 상담이 표준 진료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환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백한상 의정부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이승환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백한상 의정부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이승환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만성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고, 뇌의 포도당 대사를 방해해 당뇨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상호 기전도 제시되고 있다”며 “향후 관련 병태생리에 대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동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양한 정신질환별로 자살 위험도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첫 대규모 분석”이라며, “정신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2형당뇨병 환자의 생존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후속 연구도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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