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국의 탄생인가 독점의 완성인가… 넷플릭스–워너 합병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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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국의 탄생인가 독점의 완성인가… 넷플릭스–워너 합병의 민낯

이상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2-07 20:41

[Hinews 하이뉴스]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기업 간 인수전의 범위를 넘어, 콘텐츠 산업 질서 전반을 흔드는 사안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전통적인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흡수하는 이 거래를 두고, 규제 당국과 정치권, 영화 산업 내부에서 논란이 되는 이유다.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기업 간 인수전의 범위를 넘어, 콘텐츠 산업 질서 전반을 흔드는 사안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전통적인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흡수하는 이 거래를 두고, 규제 당국과 정치권, 영화 산업 내부에서 논란이 되는 이유다. (사진 = 넷플릭스 홈페이지 이미지 갈무리)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기업 간 인수전의 범위를 넘어, 콘텐츠 산업 질서 전반을 흔드는 사안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전통적인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흡수하는 이 거래를 두고, 규제 당국과 정치권, 영화 산업 내부에서 논란이 되는 이유다. (사진 = 넷플릭스 홈페이지 이미지 갈무리)

최근 미국 법무부는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를 약 830억달러에 인수하려는 계획과 관련해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 법무부 반독점 당국은 최근 업계 관계자들을 상대로 이번 인수가 시장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지, 넷플릭스가 거래 이후 지배적 사업자로서 영향력을 과도하게 행사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의 법적 근거는 불법 독점을 금지하는 셔먼법 제2조와, 경쟁을 약화시키는 인수·합병을 제한하는 클레이튼법 제7조다. 다만 이러한 조사 착수가 곧바로 소송이나 거래 불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규제의 신호탄이자 압박 카드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안은 플랫폼 기업의 수직·수평적 결합에 대해 규제 당국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넷플릭스 측은 이와 관련해 “표준적인 합병 심사 절차 외에 별도의 조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 당국의 검토에 건설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너브러더스 역시 “모든 규제 요건을 충족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업계의 시선은 결코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워너브러더스 인수의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넷플릭스가 이미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거대 스튜디오를 흡수하는 것이 과연 공정 경쟁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워너브러더스 인수가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콘텐츠 투자 여력을 키울 것이라며 거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넷플릭스는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해 왔다”며 “워너브러더스의 창의적 자산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더 넓은 관객에게 도달하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회에 참석한 다수의 상원의원들은 이 같은 설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특히 넷플릭스가 이미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에서 사실상 지배적 사업자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대형 영화 스튜디오까지 흡수하는 것이 공정 경쟁 원칙에 부합하는지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당 코리 부커 상원의원은 “플랫폼의 규모가 커질수록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다”며 “넷플릭스가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는 약속이 장기적으로도 유지될 수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역시 “이 거래는 단순한 콘텐츠 기업 간 합병이 아니라, 유통과 시장 접근권을 동시에 쥔 플랫폼이 경쟁자를 잠식하는 구조”라며 “이런 형태의 결합은 가격 결정력 강화와 창작자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의원들은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의 자산을 자사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할 경우, 경쟁 스트리밍 서비스와 극장 산업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나왔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문제는 정부가 특정 기업을 규제하느냐가 아니라, 시장이 소수 기업에 의해 장악되는 상황을 방치하느냐의 문제”라며 “콘텐츠 유통의 관문을 장악한 기업이 제작까지 통제하게 되면, 이는 전통적인 독점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2월 워너브러더스를 지분 기준 720억달러, 부채를 포함해 총 83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의 영화·TV 제작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를 포함한 핵심 엔터테인먼트 자산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 이는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 소비까지를 단일 플랫폼이 통제하는 전례 없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인수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파라마운트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선언하며 정면 승부에 나섰기 때문이다.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러더스의 엔터테인먼트 부문뿐 아니라 CNN, 디스커버리 등 케이블 네트워크를 포함해 총 1084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놨고, 주주들에게 주당 30달러 현금 매입을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변수도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넷플릭스 인수가 시장 점유율을 과도하게 높일 수 있다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라마운트를 이끄는 데이비드 엘리슨이 트럼프 대통령 및 그의 부친 래리 엘리슨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거래는 산업 논리를 넘어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얽힌 복합 사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인수전의 승패와 무관하게, 이 거래 자체가 할리우드 생태계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워너브러더스는 여전히 극장 중심 영화 산업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중·대형 상업영화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스트리밍 시대에도 극장 산업의 존속 가능성을 뒷받침해 왔다.(사진 = 무료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업계 안팎에서는 인수전의 승패와 무관하게, 이 거래 자체가 할리우드 생태계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워너브러더스는 여전히 극장 중심 영화 산업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중·대형 상업영화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스트리밍 시대에도 극장 산업의 존속 가능성을 뒷받침해 왔다.(사진 = 무료이미지 사이트 픽사베이)

독점 구조의 문제...극장 산업 존속 못할 수도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인수전의 승패와 무관하게, 이 거래 자체가 할리우드 생태계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워너브러더스는 여전히 극장 중심 영화 산업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중·대형 상업영화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스트리밍 시대에도 극장 산업의 존속 가능성을 뒷받침해 왔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의 워너 인수 시도는 영화 산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익명의 영화 제작자들이 미 의회에 제출한 공개서한에서는, 넷플릭스가 워너를 인수할 경우 극장 개봉의 비중이 축소되고 영화 산업 전반의 고용과 창작 환경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플랫폼 중심 구조가 강화될수록 영화는 ‘이벤트’가 아닌 ‘소비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해 밝혀왔지만, 업계에서는 그 지속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넷플릭스의 핵심 전략은 구독자 유지와 확대에 있으며, 이는 대규모·고빈도 콘텐츠 공급을 전제로 한다.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은 이러한 전략과 구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과거 디즈니의 21세기폭스 인수 사례 역시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당시 합병은 콘텐츠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아래 진행됐지만, 결과적으로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스튜디오 축소, 시장 집중 심화로 이어졌다. 경쟁이 줄어든 시장에서 소비자 비용은 증가했고, 실험적·중소 규모 영화의 입지는 오히려 좁아졌다.

이번 넷플릭스-워너브러더스 거래는 단순한 기업 결합이 아니라, 미디어 산업 주도권이 스튜디오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독자 생존이 어려워진 레거시 미디어가 매물로 나오고, 이를 인수할 수 있는 자금력과 규모를 갖춘 주체가 테크 기업뿐이라는 현실이 이를 상징한다.

이에 대해 미국 내 반독점 전문가인 팀 우 콜롬비아 대학교 법학교수는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이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동시에 장악할 경우, 이는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집중의 문제로 전환된다”면서 “시장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경쟁을 제거하고, 소비자 선택권과 창작 다양성을 잠식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번 거래 역시 엄격한 반독점 심사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호 기자

leesh@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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