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시력이 먼저 변한다…현장에서 본 백내장의 계절성 [윤삼영 원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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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면 시력이 먼저 변한다…현장에서 본 백내장의 계절성 [윤삼영 원장 칼럼]

김국주 기자

기사입력 : 2025-12-05 16:40

[Hinews 하이뉴스] 겨울이 다가오면 백내장 수술을 받는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뚜렷하다. 백내장 수술 자체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수술 후 감염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회복 관리가 용이하다는 인식이 있어 겨울철을 선호하는 흐름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첫눈애안과 윤삼영 대표원장
사진=첫눈애안과 윤삼영 대표원장

진료실에서도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시력 저하를 체감하는 환자가 증가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평소보다 눈앞이 뿌옇게 느껴지거나 기존의 시야 불편이 갑자기 심해졌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겨울철에 특히 많다.

겨울철 시력 저하의 중심에는 건조한 공기와 난방으로 인한 실내 환경 변화가 자리한다. 기온이 떨어지고 난방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 실내 습도는 급격히 낮아진다. 이때 눈을 보호하는 눈물막이 빠르게 증발하면서 안구 표면이 건조해지고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초점이 쉽게 흐트러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미 수정체 혼탁이 진행된 상태라면 이러한 건조 환경과 맞물려 흐림과 빛 번짐이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된다. 겨울의 짧은 낮과 긴 밤도 백내장 환자에게는 중요한 요인이다.

백내장은 밝은 환경보다 어두운 환경에서 증상이 더욱 뚜렷해지는 질환으로, 어둠 속에서는 동공이 확대되면서 혼탁한 수정체를 통과하는 빛의 양이 증가한다.

이 과정에서 빛이 산란되어 눈부심과 난반사가 심해지며 “가로등 불빛이 퍼져 보인다”, “차량 헤드라이트가 별처럼 번져 보인다”는 표현이 겨울철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된다.

해가 빨리 지고 야간 활동이 늘어나는 겨울은 이러한 시야 불편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또한 겨울은 혈압과 혈당 변동이 커지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추위로 활동량이 줄고 연말 모임 등으로 식습관이 흔들리면서 고혈압·당뇨 환자의 수치가 불안정해지고 이러한 전신 상태의 변화는 수정체의 수분 조절과 단백질 구조에도 영향을 미쳐 시력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도 고혈압·당뇨 환자들이 “평소보다 시야가 더 침침하다”, “안개 낀 것처럼 보인다”라며 겨울철에 내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단순한 노화로만 여겼던 백내장이 전신 건강 변화와 겹치며 더 뚜렷하게 체감되는 것이다.

이처럼 백내장은 단순히 눈의 노화만으로 설명되는 질환이 아니라 전신 상태와 생활 환경에 따라 증상 체감이 크게 달라지는 질환이다. 건조한 대기, 난방 환경, 빛 조건 변화, 혈압·혈당 변동이 동시에 작용하면 시력의 질은 쉽게 흔들리며 환자는 겨울이 되니 눈이 더 나빠진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흥미롭게도 많은 환자는 겨울을 백내장 수술과 검진을 진행하기 좋은 계절로 인식한다. 여름보다 감염 위험에 대한 불안이 낮고 땀이 적어 회복기 관리가 수월하다고 느끼며 외부 활동 감소로 자연스럽게 휴식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준다.

여기에 연말·연초 건강 점검 흐름까지 더해져 미뤄 두었던 검진과 수술 시기를 이때 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생활 패턴의 변화가 겨울철 백내장 수술 증가 현상을 뒷받침한다.

결국 백내장은 계절에 따라 진행 속도가 급격히 달라지는 질환은 아니지만 겨울은 백내장의 영향을 더 선명하게 체감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겨울철 시야가 흐려지거나 야간 운전이 유난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단순한 계절 요인으로만 넘기지 말고, 정확한 검진을 통해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절한 시기에 진단받고 개인의 눈 상태와 전신 건강을 함께 고려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향후 시력의 질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된다.

(글: 첫눈애안과 윤삼영 대표원장)

김국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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