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멘초 사살 이후 멕시코 폭력사태 전방위 확산, 월드컵·BTS 공연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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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멘초 사살 이후 멕시코 폭력사태 전방위 확산, 월드컵·BTS 공연 ‘비상’

멕시코 시민사회는 카르텔 수장 제거만으로는 폭력이 근절되지 않으며, 권력 공백이 또 다른 유혈 사태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군사적 소탕보다 지역 공동체 복원과 청년 대상 교육·문화·일자리 정책 확대가 근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에 대한 시민 신뢰 회복과 사회적 합의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하은 기자

기사입력 : 2026-03-03 15:20

[Hinews 하이뉴스] 멕시코 서부 할리스코주에서 마약 카르텔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의 수장 네메시오 오세게라 세르반테스(별칭 엘 멘초·60)가 연방군 작전 중 사살된 지난 2월 22일 이후, 멕시코 전역은 격렬한 보복 폭력과 소요 사태에 휩싸였다.

미 정보국은 엘 멘초 사망 후 “은신처가 파악된 장소 인근 마을 타팔파에서는 군과 괴한 간 교전 끝에 엘 멘초가 부상을 입고 사망했으며, 신병 이송 도중 사망했다”면서 “우리부대(특수부대)는 그의 ‘연인’ 등 측근을 추적해 작전을 벌였고, 미국 정보기관(CIA)도 정보 지원을 했다”고 발표했다. 엘 멘초는 미국이 1,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을 만큼 ‘세계 최악의 마약왕’으로 꼽혀 왔다.

이 작전 직후 CJNG 조직원들의 광범위한 보복 공격이 시작됐다. 할리스코주를 포함해 근접주인 미초아칸, 게레로, 누에보레온 등 최소 12개 주에 걸쳐 차량 방화·도로 봉쇄·총격 등 폭력 행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수사당국 발표에 따르면, 군·국가방위군 병력 25명과 현지 검사청 직원, 교도관 등 공무원 2명, 민간인 1명 등 28명이 사망했고 CJNG 조직원도 34명 이상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과달라하라 시내 곳곳과 고속도로, 휴양지 푸에르토바야르타의 교도소에서는 차량·건물 방화와 시위·교도소 난동이 이어졌다. 일시적이나마 주요 도시 교통은 마비됐고, 주지사 등 지자체장들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학교 수업과 대규모 모임을 중단시켰다.
엘 멘초 사살 이후 멕시코 폭력사태 전방위 확산, 월드컵·BTS 공연 ‘비상’

현장 상황 및 정부 대응
혼란 속에서도 멕시코 연방정부는 ‘사건 수습’에 총력을 기울였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2월 24일 기자회견에서 “과거 사건을 보듯, 이번 사태도 일시적 긴장에 불과하며 현재 대부분의 봉쇄가 해제됐다”고 밝혔다. 할리스코주 파블로 레무스 주지사는 비상조치를 취해 대중교통과 수업, 공공 행사를 전격 중단시켰다. 국방부는 피해가 집중된 할리스코·미초아칸 등 20개 주에 1만여 명의 연방군·경 병력을 투입했고, 전국 고속도로 및 주요 거점에 검문·순찰을 강화했다.

정부는 폭력 사태를 은폐하기보다 최대한 공개하며 통제 의지를 과시했다. 오마르 가르시아 아르푸치 국가안보·시민보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카르텔 동향을 매우 면밀히 주시 중이며, 추가 병력 투입으로 치안 강화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멕시코 내전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만큼 격렬하지만, 일각에선 군사적 소탕만이 유일한 해법이 아니란 지적도 제기된다. 멕시코의 많은 학자와 시민사회 단체는 “군사력 과시보다 교육·일자리·지역공동체 강화 등 비폭력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멕시코 평화운동 네트워크 ‘세미야 데 파스’ 활동가는 “정부가 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수록 젊은 세대는 더 빠르게 범죄 조직으로 흡수된다. 교육, 문화, 일자리 정책 없이 ‘소탕’만 반복하는 방식은 악순환을 끊지 못한다”면서 “카르텔 수장을 제거했다고 해서 폭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과거 사례를 보면 권력 공백은 또 다른 유혈 경쟁을 불러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력 확대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 복원과 제도 신뢰 회복이다”고 설명했다.

엘 멘초 사살 이후 멕시코 폭력사태 전방위 확산, 월드컵·BTS 공연 ‘비상’

월드컵·공연 행사 영향
한편 이처럼 국가적 치안 위기가 커진 가운데, 올해 여름 개최를 앞둔 월드컵과 예정된 대형 콘서트 개최에 비상이 걸렸다. 멕시코 과달라하라는 북중미·카리브 월드컵 개최 도시 중 하나로, 한국팀이 6월 19일 멕시코와 조별리그 경기를 치를 에스타디오 아크론이 있다. 이 경기장 외에도 같은 시기에 4경기가 열릴 예정이며, 과달라하라는 약 300만 명의 방문객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한국 대표팀의 베이스캠프와 숙소, 훈련장 일대(치바스 베르데 발레) 등도 장거리 차량과 군경의 순찰 대열 아래 놓이게 됐다. 멕시코 정부는 월드컵 개최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FIFA 측에서도 특별한 우려를 전달받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축구 팬들과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안전 불안이 확산됐다.

사실 과달라하라뿐 아니라 인접주 칸쿤과 푸에르토바야르타에서도 일부 월드컵 예선 경기와 연계된 대회가 예정돼 있어, 빈번한 폭력사태는 경기 일정에 경고등이 된 상태다.

월드컵 위기감과 함께 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멕시코 콘서트를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BTS는 내년 5월 멕시코시티의 GNP 세구로스 스타디움에서 총 3회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 무렵 할리스코주 폭력은 멕시코시티와 지리적으로는 다소 떨어져 있지만, “수만 명이 모이는 야간 콘서트를 강행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라는 걱정이 SNS에 잇따르고 있다.

주 멕시코 한국대사관도 현장 영상을 근거로 “현재 상황에서는 야외 콘서트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과거에도 마약 카르텔의 협박이나 폭력으로 대형 콘서트들이 직전 취소된 전례가 있어, 당국과 기획사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오하은 기자

press@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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