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소아 뇌혈관 질환인 모야모야병을 혈액 검사만으로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금까지는 침습적 검사에 의존해왔지만, 이번 연구는 비침습적 진단법의 현실화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소아 모야모야병 환자의 혈장에서 ‘miR-512-3p’라는 새로운 마이크로RNA 바이오마커를 발견했다. 이 분자는 혈액 내 세포외소포(Extracellular Vesicles, EV)에 포함돼 있으며, 모야모야병 환자군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를 보였다. 분석 결과, 진단 정확도(AUC)는 0.82로 나타났고, 이는 혈액 기반 진단 도구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왼쪽부터) 김승기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 고은정 ㈜제이엘케이 박사, 최승아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 연구교수 (서울대병원 제공)
(왼쪽부터) 김승기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 고은정 ㈜제이엘케이 박사, 최승아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 연구교수 (서울대병원 제공)
모야모야병은 대뇌로 향하는 주요 혈관이 점차 좁아지면서 비정상적인 혈관들이 생성되는 만성 뇌혈관 질환이다. 주로 소아에게서 발병하며,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지만, 기존 검사 방식은 뇌혈관 조영술처럼 침습적이고 부담이 큰 검사에 의존해왔다. MRI 등의 비침습 검사도 있지만, 정확도가 낮고 병의 진행 정도를 판단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연구는 김승기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 고은정 제이엘케이 박사, 최승아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 연구교수가 공동 수행했다. 연구팀은 모야모야병 환자 23명과 건강 대조군 13명의 혈액을 비교 분석해 miR-512-3p를 특정했다.

이 바이오마커는 혈관 생성을 조절하는 ARHGEF3 유전자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비정상적인 혈관망 형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험에서 miR-512-3p를 억제하자 ARHGEF3 유전자 발현이 회복됐고, 그 결과 세포의 GTPase 활성은 2.3배, 혈관내피전구세포(ECFCs)의 혈관 생성 능력은 1.7배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진단 도구를 넘어 miR-512-3p가 치료 타깃으로서도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모야모야병 환자(MMD)와 정상 대조군(Control)의 혈장에서 분리한 세포외소포 내 miRNA를 분석한 결과. 환자군에서 miR-512-3p의 발현(Expression Level)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제공)
모야모야병 환자(MMD)와 정상 대조군(Control)의 혈장에서 분리한 세포외소포 내 miRNA를 분석한 결과. 환자군에서 miR-512-3p의 발현(Expression Level)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제공)
miR-512-3p 억제제 처리 후 모야모야병 환자 세포에서 혈관 형성 능력이 유의미하게 향상됨. NC-inhibitor 처리군과 비교하여 miR-512-3p 억제제 처리군에서 혈관 형성 능력이 향상된 결과가 나타남 (서울대병원 제공)
miR-512-3p 억제제 처리 후 모야모야병 환자 세포에서 혈관 형성 능력이 유의미하게 향상됨. NC-inhibitor 처리군과 비교하여 miR-512-3p 억제제 처리군에서 혈관 형성 능력이 향상된 결과가 나타남 (서울대병원 제공)
김승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액 검사를 통해 모야모야병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음을 입증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앞으로 이 바이오마커가 임상 진단과 치료 전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서울대병원 연구기금,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결과는 국제 학술지 ‘Scientific Reports’ 7월호에 게재됐다. 또한 miR-512-3p를 활용한 진단 및 치료 기술은 국내 특허 등록도 완료돼, 향후 상용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저작권자 © H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