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공상 소방공무원의 치료와 지역 공공의료 기능을 함께 수행할 국립소방병원이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소방청은 지난 24일 충북 혁신도시에서 국립소방병원 현판식을 열고, 소방공무원의 직무 관련 질환 치료와 지역 의료 서비스 제공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25일 밝혔다.
국립소방병원은 소방공무원의 직업적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진료와 연구를 수행하는 소방 특화 종합병원으로, 그간 일반 의료체계에서는 충분히 다루기 어려웠던 소방관의 직무 연관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추진됐다. 병원은 지난 18일 종합병원 개설 허가를 취득했으며,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약 3만9000㎡ 규모로 건립됐다. 운영은 서울대병원이 위탁을 맡아 진료·연구·인력 운영 전반을 담당한다.
공상 소방공무원의 치료와 지역 공공의료 기능을 함께 수행할 국립소방병원이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소방청은 지난 24일 충북 혁신도시에서 국립소방병원 현판식을 열고, 소방공무원의 직무 관련 질환 치료와 지역 의료 서비스 제공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 = 충북 음성군 제공)
국립소방병원 설립 논의는 소방공무원의 공상 질환과 장기적인 건강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 소방공무원은 화재 진압, 구조·구급, 재난 대응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극단적인 사고 현장에 노출된다. 실제로 소방청과 관계기관이 실시한 여러 조사에서 소방관들은 일반 직군에 비해 외상 사건 경험 빈도가 높고, 이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질환 발생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조사에서는 전체 소방공무원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PTSD, 우울 증상, 수면장애, 문제 음주 등 정신건강 위험 요인 중 하나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분류됐다.
특히 PTSD의 경우 직무 특성상 위험군 비율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실제 치료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치료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정신과 진료에 대한 부담과 조직 내 인식 문제로 치료를 미루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체 질환 역시 화재 현장에서의 화상, 유해물질 흡입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 무거운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반복되는 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 손상이 대표적으로 지적돼 왔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국립소방병원은 PTSD와 화상, 근골격계 질환 등 소방공무원 다빈도 질환을 중심으로 진료 체계를 구축했다. 단순 외래 진료를 넘어 정밀 진단과 재활, 장기 치료까지 연계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직무 특성을 고려한 진단 기준과 치료 프로세스를 적용한다는 점이 기존 종합병원과의 차별점이다. 소방공무원 본인뿐 아니라 가족도 진료 대상에 포함돼 장기적인 건강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병원은 진료 기능과 함께 소방공무원의 직업병과 건강 위험 요인을 분석하는 연구 기능도 수행한다. 이를 통해 현장 활동과 질환 간의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향후 예방 정책과 안전 기준 개선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소방청은 그동안 개별 병원에 분산돼 있던 진료 기록과 치료 경험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립소방병원은 소방공무원 전담 의료기관이면서 동시에 지역 주민을 위한 공공의료 거점 역할도 맡는다. 충북 혁신도시와 인근 지역은 종합병원급 의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으며, 응급·중증 환자의 경우 인근 대도시로 이동해야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병원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일반 진료도 제공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공공의료 기능을 보완하게 된다.
현판식에 앞서 이날 병원에서는 공상 소방공무원이 1호 환자로 첫 진료를 받았다. 현판식에는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과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임호선 국회의원, 김영환 충청북도지사, 이양섭 충북도의회 의장, 조병옥 음성군수, 송기섭 진천군수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현판식에서 “국립소방병원은 전국 소방공무원의 오랜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며 “직무로 인한 부상과 질병을 체계적으로 치료하고, 소방관들이 건강을 회복해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방청은 향후 병원 운영 상황과 진료 수요를 고려해 기능과 역할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