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도근시라섹, ‘가능한지’ 따져보기 전, ‘안전하게 가능한지’ 따져봐야 [송명철 원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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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도근시라섹, ‘가능한지’ 따져보기 전, ‘안전하게 가능한지’ 따져봐야 [송명철 원장 칼럼]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2-24 11:43

[Hinews 하이뉴스] 초고도근시 교정을 고민하는 과정은 일반적인 시력교정술을 고려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 시력 자체가 크게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교정 효과만 생각하면 바로 수술을 떠올리기 쉽지만, 초고도근시라섹은 근본적으로 절삭해야 하는 각막량이 많아 수술을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시력 개선이 가능한지보다, 그 과정이 눈에 무리가 없는지,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먼저라는 의미다. 초고도근시는 작은 계산 오차도 결과에 영향을 크게 줄 수 있어, 같은 라섹이라도 훨씬 보수적이고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각막의 두께와 형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두께가 충분해야 필요한 절삭량을 확보할 수 있고, 수술 후에도 적절한 양의 잔여각막을 남길 수 있다. 남는 각막이 지나치게 얇아지면 시간이 지나면서 형태가 변하거나 반복되는 외부 자극을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각막 지형도 분석을 통해 원추각막 가능성을 시사하는 미세한 패턴이나 비대칭 구조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일반 근시라면 넘어갈 수 있는 정도의 작은 징후라도 초고도근시라섹에서는 결정적으로 수술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명철 강남밝은명안과 원장
송명철 강남밝은명안과 원장
하지만 각막 상태만으로는 안전성을 판단하기 부족하다. 눈 내부 구조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안압, 동공크기 등의 요소들은 모두 수술 후 시력 질에 영향을 미친다. 안압이 높은 경우 라섹수술 후 초기에 각막혼탁을 예방하기 위해 점안하는 스테로이드안약을 사용할 수 없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동공이 너무 크면 밝기 변화나 야간 시야에서 빛 번짐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 게다가 초고도근시 환자에게는 흔히 망막 주변부 약화나 시신경 변화 같은 문제가 동반되므로 이러한 징후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여러 조건을 엄격하게 검토하는 이유는 교정 도수가 높을수록 각막 절삭량이 커지고, 그만큼 잔여각막량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술 전 계산 과정에서는 각막을 얼마나 절삭해야 하는지, 그 후 남는 두께로 충분히 안정적인 구조가 유지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계산하여 수술의 안전성을 판단해야 한다. 초고도근시라섹은 미세한 차이 하나가 눈 건강에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회복 과정에서도 일반 라섹보다 불편함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안내와 계획이 필요하다. 단순히 “수술하면 잘 보인다”는 기대만으로 접근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결국 초고도근시라섹을 진행하기 전에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기준은 안전성이다. 각막의 구조적 안정성, 눈 내부의 건강 상태, 장기적인 형태 유지 가능성, 회복 과정에서의 부담까지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가 철저하게 이뤄질수록 수술 후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장기적인 시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초고도근시에서 라섹이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사전에 발견된 여러 위험 요인이 수술을 피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신의 눈이 수술을 안전하게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 : 송명철 강남밝은명안과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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