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유방암 환자들이 치료 중 흔히 겪는 기억력 저하나 집중력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일반인보다 치매 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확인돼, 항암치료에 대한 불안보다 건강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교수, 한경도 숭실대 교수, 정수민 서울대병원 교수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 최근호에 유방암 환자의 치매 발생률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항암치료로 인한 인지 저하, 치매와 무관

항암치료 중 나타나는 '케모 브레인(Chemo Brain)'은 기억력 저하, 주의력 감소 등을 동반하지만 대부분 일시적이다. 유방암 환자들이 치료 중 이러한 변화를 겪으며 치매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장기적인 치매 위험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탁센이나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가 일시적으로 뇌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치매를 유발하는 타우 단백질 축적을 막는 보호 작용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유방암 환자, 항암치료 중 인지 저하는 일시적이며 장기적 치매 위험은 일반인보다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클립아트코리아)
유방암 환자, 항암치료 중 인지 저하는 일시적이며 장기적 치매 위험은 일반인보다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클립아트코리아)
◇유방암 환자, 일반인보다 치매 위험 8% 낮아

이번 연구는 2010~2016년 사이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 7만여 명과, 동일 조건을 맞춘 일반인 18만여 명을 비교해 평균 7.9년간 추적 조사한 대규모 연구다.

그 결과, 유방암 환자에서 치매 진단율은 1000인년당 2.45건으로, 일반인(2.63건)보다 낮았다. 나이, 성별, 소득, 만성질환 등을 모두 고려한 분석에서도 유방암 환자의 치매 위험은 일반 인구 대비 약 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는 치매 위험이 23% 가까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연구팀은 뇌에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방사선이 염증 반응을 줄이고,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교수, 한경도 숭실대 교수, 정수민 서울대병원 교수 (삼성서울병원 제공)
(왼쪽부터)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교수, 한경도 숭실대 교수, 정수민 서울대병원 교수 (삼성서울병원 제공)
◇흡연·당뇨·신장질환이 오히려 더 큰 위험 요인

연구진은 “치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실제 위험을 높이는 생활습관과 질환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방암 환자 중 흡연자는 치매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높았고, 당뇨병이 있는 경우 1.58배, 만성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 3배 이상 치매 위험이 증가했다.

신동욱 교수는 “항암치료 중 겪는 인지 기능 저하는 대부분 회복된다”며 “불필요한 치매 걱정보다는 치료와 합병증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수민 교수 역시 “이번 연구를 통해 유방암 치료 과정의 인지 저하가 치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환자들이 치료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H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