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통풍은 흔히 ‘술과 고기를 많이 먹는 중년 남성의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질환은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이 과다하게 쌓여 관절과 주변 조직에 결정체를 형성하며 염증과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심한 경우 스치는 바람에도 고통을 느낄 만큼 아프다. 하지만 남성뿐 아니라 특히 폐경 이후 여성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어 경계가 필요한 질환이다.

통풍은 갑작스러운 관절염 발작과 만성 합병증 위험으로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한 번의 통풍 발작 후 통증이 사라져도, 신장병과 심혈관질환 등 심각한 후유증이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폐경 후 여성, 통풍 위험 급증하는 이유

이지수 이대목동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폐경 전 여성은 여성호르몬 덕분에 요산 배출이 활발해 통풍 위험이 낮다”며 “하지만 폐경 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요산 배설이 줄어들고, 통풍 발병률이 70대 이상에서는 남성과 비슷해진다”고 설명했다.

폐경 이후 여성도 통풍 위험이 크게 증가해 진단과 치료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폐경 이후 여성도 통풍 위험이 크게 증가해 진단과 치료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클립아트코리아)
남성호르몬은 요산 생성을 촉진하고 배설을 막는 반면, 여성호르몬은 콩팥에서 요산 배설을 돕는다. 이 때문에 여성은 폐경 전까지 통풍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폐경 후 호르몬 감소로 여성 환자가 급증하며, 5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꾸준히 환자 수가 늘어난다.

202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40대 여성 환자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50대부터 70대 이상에서는 남성과 거의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여성 통풍, 진단과 치료의 새로운 관점

여성 통풍은 남성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 여성 환자는 고혈압, 당뇨, 비만, 만성콩팥병, 이뇨제 복용 등으로 인한 통풍 비율이 남성보다 2~3배 높다. 반면 남성은 주로 음주, 고기 섭취, 유전적 요인에 더 민감한 경향이 있다.

발작 부위도 다르다. 남성은 보통 엄지발가락 관절에서 발작이 시작되지만, 여성은 발목이나 무릎 같은 비전형적인 부위에 증상이 나타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여성 환자는 통풍 진단과 치료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기 쉽다.

이지수 이대목동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이지수 이대목동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이지수 교수는 “여성도 통풍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의료진과 사회가 인식해야 한다”며 “여성 환자 맞춤형 치료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고혈압, 당뇨, 만성콩팥병 같은 동반질환을 철저히 관리하고, 술과 고기보다 액상과당 함유 음료 줄이기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요산 저하제 사용 시 효과와 부작용을 꼼꼼히 모니터링하며 치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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